‘사람중심 교통정책’ 추진 서울시, 연내 종로구청 입구 등 32곳에 추가
“기존 보도 전수조사, 불편도 보완”
대각선 횡단보도가 설치되기 전의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 앞 교차로 모습(왼쪽 사진)과 설치 후 모습을 반영한
조감도(오른쪽 사진) . 대각선 횡단보도는 기존의 직선 횡단보도와 달리 교차로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한 번에 건널 수 있는 대표적인
보행 친화적 교통시설이다. 서울시 제공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 교차로. 차로를 직선으로 건너는 방향 외에 대각선으로도 횡단보도가 새로 놓였다. 보행자용 녹색불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일제히 도로를 건너려고 아스팔트 위로 쏟아져 나왔다. 이전에는 대각선 방향으로 가기 위해 신호등이 바뀌기를 두 번 기다려야 했던 시민들은 이날부터 한 번에 건널 수 있게 됐다. 직장인 정혜인 씨(33·여)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건너편에서 중앙차로 버스정류장으로 갈 때도 신호 한 번에 갈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올해 보행자가 많은 30곳 이상의 교차로에 대각선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한다고 6일 밝혔다. 첫 번째 사업인 연세대 정문 대각선 횡단보도는 이날 오전 6시 개통됐다. 시는 차량 중심인 기존 교통 정책의 패러다임을 사람 중심으로 바꾸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일반적인 횡단보도는 차량의 주행 신호에 맞춰 보행자의 횡단 신호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반면 대각선 횡단보도는 별도의 보행 전용 신호를 뒀다. 교차로 안에 들어선 보행자는 원하는 방향으로 한 번에 건널 수 있다. 그동안 전 차로의 차량은 동시에 완전 정지해야 한다. 김상훈 서울시 교통개선팀장은 “대각선 횡단보도는 운전자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교통사고 예방에는 큰 장점을 지닌 대표적 보행자 편의시설”이라고 말했다.
2018년까지 서울시내에 설치된 대각선 횡단보도는 총 120곳이다. 설치 장소는 대부분 왕복 2차로 등 좁은 도로 위주였다. 당시 시는 획기적인 보행자 중심의 도시 교통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23년까지 기존의 갑절인 240곳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차량 흐름을 방해한다는 등의 민원과 예산 부족 등으로 지난해 4곳을 늘리는 데 그쳤다.
시는 올해 다시 설치에 속도를 내기로 방침을 정했다. 우선 좁은 도로에 집중됐던 설치 장소를 간선도로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쇼핑이나 관광 수요가 많은 곳, 어린이 또는 어르신 보호구역, 녹색교통진흥지역 등도 설치 가능 장소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보행자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이면 결과적으로 해당 지역에 많은 이들이 방문하게 돼 지역 상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는 최적의 장소를 선정하기 위해 신호등이 설치된 교차로 5700여 곳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연세대 정문을 비롯해 종로구청 입구, 용산구 지하철 이태원역 앞, 은평구 은평롯데몰 앞 등 33곳을 연내 설치 대상 장소로 선정했다. 횡단보도 설치에 드는 예산도 예년의 약 2배인 50억8800만 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상반기(1∼6월)에는 연세대 정문이 먼저 개통된 데 이어 추가로 16곳에 대각선 횡단보도가 들어선다. 나머지 16곳은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10월까지 설치가 완료될 계획이다. 내년에 설치할 후보지도 이미 선정해 기초 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시는 올 1, 2월 기존 대각선 횡단보도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전수 조사도 진행했다. 경계석의 턱이 높아 휠체어 등이 지나가기 어려운 곳 등은 올해 안으로 정비하고 전신주 등이 놓여 통행이 불편한 곳도 점진적으로 보완하기로 했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보행자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대각선 횡단보도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우선 확대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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