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 콜센터’ 마스크 착용 어려워…서울 화약고 되나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10일 15시 55분


코멘트
© News1
© News1
서울 신도림동에 위치한 A보험 위탁 콜센터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일 64명까지 급증한 가운데, 빌딩 입주사 직원들과 인근 상인, 그리고 주민들의 불안감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찾은 서울 신도림동의 K빌딩 1층에는 구로구청에서 나와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있었다. 이곳 입주사 직원들을 위한 진료소로, 그 앞에는 직원 30여명 정도가 모여 있었다.

K빌딩에서 최초 확진판정을 받은 노원구 9번째 확진자(56·여)가 근무하는 콜센터는 7~9층, 11층에 있다. 2~4층 사이엔 결혼식장이, 10층엔 일반사무실, 13~19층은 오피스텔이다. 1층엔 카페와 편의점 같은 상가가 위치했다.

이날 1층에 임시로 세워진 선별진료소에 검사를 받으러 나온 K빌딩 거주자와 직원들은 검사를 받으면서도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K빌딩에서 거주하는 이모씨(36)는 “콜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평소에 많이 본다”며 “담배 피우러 가거나 할 때 옥상이나 1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가는데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1층 안내데스크에서 일을 하는 박모씨(26·여)도 “어제 오후에 퇴근하고 소식을 듣고 멍했다”며 “콜센터 분들 중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분들이 꽤 있다. 10명 중에 4명꼴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건물폐쇄 조치가 늦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K빌딩에서 근무하는 전모씨(24)는 “일요일에 11층에서 최초 확진자가 나왔을 때 바로 폐쇄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11층을 제외한 다른 층은 9일까지 정상적으로 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층 직원들과) 접촉할 일이 많다”며 “방금 검사를 받긴 했는데 불안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해당 빌딩에 상주하는 직원들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맞은편 건물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점심시간에 해당 건물 직원들이 이 건물 상가들로 점심 먹으러 대부분 온다”며 “그래서 특히 이 상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는 권미현씨(40·여)는 “초등학생이랑 중학생 아이를 키우는데 걱정이 된다”며 “저 빌딩 맞은편 상가에 먹을거리도 많고 해서 아이들이 자주 간다. 혹시나 콜센터분들이랑 접촉했을까 걱정이 된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콜센터의 근무환경 자체가 코로나19 확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스크를 쓰지 못하고 밀집해서 전화를 받는 특성상, 전국콜센터가 코로나19 확산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콜센터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콜센터노동자들의 근무 특성상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100명 이상이 밀집된 공간에서 쉼 없이 말을 해야 한다”며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서울에서 발생한 가장 규모가 큰 집단감염 사례로서, 매우 심각하고 위중하게 이 상황을 인식하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기·인천과는 이미 수도권 감염병 협의체를 구성해 협의하면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행정구역상 한계를 넘어 협력한다면 정확한 진단과 대책,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구로구 소재 콜센터 근무직원은 약 700명이며, 이 가운데 지난 8일 최초 확진 판정을 받은 노원구 거주 직원과 같은 층인 11층에서 근무한 직원은 모두 207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구로 콜센터 관련 집단감염 확진자는 64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이성 구로구청장은 “앞으로 확진자가 훨씬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