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성전환 합격자 입학 포기 “두려워…여기서 멈춘다”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2월 7일 16시 00분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A 씨(22)가 논란 끝에 결국 입학 등록을 포기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A 씨의 합격 소식에 숙명여대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격렬한 찬반토론이 펼쳐졌다.

A 씨는 7일 언론 인터뷰와 온라인에 올린 심경글을 통해 “작금의 사태가 두렵다”며 숙명여대 입학 포기를 알렸다.

A 씨는 “내 삶은 다른 사람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무시되고, ‘반대’를 당한다. 그렇게 나는 일상을 영위할 당연함마저 빼앗겼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다시 대입 수험서를 샀다고 밝히면서 “이유는 올해 수능 점수에 불만족 해서도 아니고, 법전원을 진학하기 위해서는 법전원이 설치된 대학 학부로 진학하는 것이 유리하다던 말을 들었기 때문도 아니다. 작금의 사태가 무서웠다. 내 몇 안 되는 희망조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언행을 보면서 두려웠다”고 썼다.

이어 “성숙한 사람에게 있어서,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는 더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이 되어야지, 무자비한 혐오여서는 안된다”며 “이 사회가, 모든 사람의 일상을 보호해 주기를, 다양한 가치를 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다양한 가치를 포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제 바람에 공감해주시고 지지를 보내주신 여러 개인, 단체에 감사를 표한다”며 “나는 비록 여기에서 멈추지만, 앞으로 다른 분들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또 감사한다”고 전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숙명여대 신입학전형에 최종 합격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전환자 여대 입학에 대한 ‘찬반 전쟁’이 벌어졌다.

숙명여대 일부 학생들은 ‘트랜스젠더남성 입학반대’ TF팀을 구성해 ‘생물학적 여성’만 받도록 학칙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A 씨 입학을 지지하는 응원의 목소리도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를 중심으로 커졌다. A 씨의 여대 진학은 좌절됐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