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고생, 의대 지원만 해도 불이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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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지급된 장학금 모두 환수, 현재는 의대 합격해 등록하면 적용
학교도 지원받은 교육비 반납해야… ‘이공계 인재육성’ 설립 취지 강화
서울교육청, 다른 과고로 확대 검토
일각 “근거 미비… 법적 다툼 소지”

내년에 서울과학고에 입학하는 학생은 향후 의대에 지원하면 교육비 약 1500만 원을 학교에 반환해야 한다. 또 내년부터 그동안 의대에 합격하면 환불해야 했던 장학금은 지원만 해도 바로 환수된다.

서울시교육청은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1학년도 서울과학고 신입생 선발제도 개선 및 이공계 진학지도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공계열 인재를 육성한다는 영재학교 설립 취지에 맞도록 의학계열 진학률을 낮추기 위해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예비 과학자를 길러내야 할 영재학교가 의대 진학의 통로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1988년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서울과학고는 서울의 유일한 공립 영재학교다. 연간 학비는 학생당 600만 원 수준으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졸업생 387명 중 의학계열로 84명(21.7%)이 진학했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내년부터 서울과학고에 입학하는 학생이 나중에 의대를 지원하면 영재학교 교육비를 학교 측에 반환해야 한다. 학교는 이를 서울시교육청에 반납한다. 첨단 기자재 운영이나 과제 연구 등에 쓰이는 영재학교 교육비는 서울시교육청이 학교에 지원하는 것으로 학생 1인당 연간 500만 원가량이다. 3년을 재학했다면 총 1500만 원 정도 된다.

내년 신입생부터는 학교에서 받은 어떤 상도 의대 진학을 위해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대학 의학계열 전공에 지원하겠다고 결정하면 교내 수상 실적이 모두 취소된다.

내년에 3학년이 되는 학생부터 의대에 진학할 경우 그동안 학교에서 받은 장학금을 반환하는 시기도 앞당겨진다. 서울과학고는 그동안 의대에 합격해 등록을 마친 학생에 대해 장학금을 돌려받았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학생이 의대에 원서를 쓰는 순간부터 장학금을 돌려받는 절차를 밟게 된다. 서울과학고의 학생 1인당 연평균 장학금은 약 200만 원이다. 또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일반고로의 전학을 권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같은 방침을 서울의 다른 과학고로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는 서울과학고 이외에 세종과학고(구로구)와 한성과학고(서대문구) 등 2곳이 있다. 부산영재학교는 2012년부터 교육비 환수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 발표를 두고 서울과학고 안팎에서는 계획 시행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비 환수 등을 위해 서울과학고 신입생 선발 모집 요강을 수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선발된 내년 신입생이 서울과학고에 지원할 당시 모집 요강에는 교육비 환수나 교내 수상 실적 취소 등은 명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법적 다툼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공계열 전공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려 과학고 학생들을 유인하는 방향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서울과학고#의대#교육비 반납#이공계 인재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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