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원, 일요일 문 닫나…“학생 휴식권” vs “과외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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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26일 16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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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전경. 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전경. 사진=뉴스1
내년부터 서울 내 모든 학원이 일요일에 강제로 휴업할 수도 있게 됐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시민으로 구성된 ‘학원일요휴무제 공론화추진위원회’는 26일 서울시교육청에 학원일요휴무제 도입을 권고했다.

추진위는 이날 시민대표 171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의 1·2차 숙의토론에 따른 설문조사 결과, 일요휴무제 찬반을 묻는 3만 4655명 대상 사전여론조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서울시교육청은 공론화 결과와 내년 상반기 나올 관련 정책연구 결과를 함께 검토해 일요휴무제 도입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일요휴무제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주요 공약이기도 하다.

앞서 추진위는 서울시교육청 의뢰로 9월부터 두달여간 일요휴무제 도입 여부를 시민에 묻는 공론화를 진행했다. 시민참여단 숙의토론 최종 설문조사 결과, 일요휴무제 찬성 응답은 62.6%로 나타났다. 반대는 32.7%, 유보는 4.7%로 조사됐다.

사전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초·중·고교생, 학부모, 교사, 일반시민 등 모든 대상에서 일요휴무제에 대한 찬성 의견 비율이 반대·유보보다 높게 나타났다.

찬성 의견을 낸 시민참여단이 꼽은 주요 이유는 ‘학생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기 위해서’가 가장 많았다. 이어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사교육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순으로 나타났다.

추진위는 “설문조사 결과 찬성과 반대 의견 격차가 오차 범위 내에서 크게 벗어났다. 일요휴무제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며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에 일요휴무제 시행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요휴무제 관련 기타의견으로 ‘공교육 강화·내실화’ 등 공교육 역할 확대에 대한 요구가 많은 점을 고려해 정책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추진위는 일요휴무제 시행 시 우려와 구체적 방안에 대한 시민참여단의 의견도 공개했다. 시민참여단은 일요휴무제 시행 시 발생할 우려에 대해 △학생의 학습권 △법제화의 현실성 △제도도입의 효과성 등을 꼽았다. 일요휴무제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장애요인 중에서는 ‘개인과외 교습이나 스터디카페 등에서 불법 개인과외 성행’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일요휴무제 적용 대상과 관련해서는 초·중·고 모두 적용이 39.8%로 나타나 가장 높았다. 적용 과목은 ‘일반교과 학원만 쉬게 한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일요휴무제 도입 여부를 내년 2월 이후 최종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추진위의 권고와 공론화 결과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내년 2월 관련 정책연구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시행 여부를 최종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일요휴무제에 대한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찬반의견이 확인됐다”며 “이를 겸허히 수용해 내년 상반기 관련 정책연구 결과와 함께 종합적인 검토 후 향후 교육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일요휴무제가 교육 당국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일요일에 학원이 문을 닫으면 개인 과외가 성행해, 소득에 따른 학습 차이가 더욱 커질 것이며, 주중에 늦게까지 학원을 다니면 학생들이 더 피곤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또 서울 학원이 휴업하더라도, 분당 등 서울 주변에선 학원 문을 열 수 있어 학생과 학부모가 서울 인근 유명 학원을 찾기 위해 시간과 돈을 더 쓰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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