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가던 양복차림 소방관들, 터널 화재 진압 “본능적으로 행동”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10월 30일 15시 59분


28일 오후 9시경 경남 창원시 굴암터널에서 화물 트럭 화재로 불길이 번지는 가운데 소방관들이 옥내 소화전으로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28일 오후 9시경 경남 창원시 굴암터널에서 화물 트럭 화재로 불길이 번지는 가운데 소방관들이 옥내 소화전으로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장례시장에 가던 소방관들이 터널 안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를 목격하고 운전자를 대피시키며 화재를 진압했다.

부산 강서소방서 소속 성치훈·조배근 소방교, 항만소방서 소속 김준근 소방사 등 소방관 3명은 28일 오후 9시경 경남 창원시 굴암터널 2.5km 지점에서 연기가 나는 택배 트럭(11.5t)을 발견했다.

성 소방교 등은 트럭 20m 앞에 차량을 세우고 트럭에 다가갔다. 이미 차에서 내린 트럭 운전기사가 차량에 비치된 소화기 1통을 다 쓴 상태였지만 연기는 계속 피어나고 있었다.

이들은 운전기사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후 터널 안에 설치된 옥내 소화전을 발견하고 본격적인 진화에 나섰다. 그 사이 트럭 운전기사는 119에 화재 신고를 했다.

차랑 하부 연기는 어느새 불길이 되어 택배 물품이 가득 차 있는 차량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이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을 때 신고를 받은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관할 소방대원들과 함께 화재를 진압했고 화재 발생 30여 분만에 불길을 잡았다.

이들은 창원의 한 장례식장에 조문을 하기 위해 함께 차량을 타고 이동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진화 작업 과정에서 옷과 얼굴이 연기에 그을려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불길을 진압하는 장면에서 양복 차림을 한 소방대원들은 보호장비 하나 없이 불길과 연기를 뚫고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반대 차선에서는 대형 화물차가 달리는 모습도 보인다.

성 소방교는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그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행동을 했을 것”이라며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례식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료들에 의해 진화에 나섰던 일이 알려진 것 같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주변에서 격려를 해줘 쑥스럽다”고 덧붙였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소방관들이 진화 장비도 없는 상황에서 자칫 큰 인명피해를 낼 수 있는 터널 안 차량 화재를 초기에 진압해 2차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