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윤씨 ‘돈없고 빽 없어 억울’…경찰 ‘완전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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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7일 1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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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춘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사진=이춘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자백한 이춘재(56)가 모방범죄로 결론났던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당시 범인으로 특정됐던 윤모 씨(52)의 주장이 재조명 되고 있다.

윤 씨는 ‘8차 사건’으로 복역한지 14년 째이던 2003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범인이 아니다. 나처럼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놈이 어디다 하소연하겠냐. 억울하다"고 하소연한 바 있다.

2003년 5월 교도소를 찾아가 윤 씨를 만났던 신호철 기자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신 기자는 "경찰이 8차 사건에 대해 자세히 얘기를 안하고 ‘걔 만나지 마라, 걔 이상하다’ 그런 말을 해서 더 궁금해져서 면회를 가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차피 무기징역인데 (다른 화성 사건에 대해)아는 것 없냐?'고 묻자 윤 씨가 '자기는 전혀 모를 뿐 아니라 8차 사건도 자기가 한 게 절대 아니라고 너무 당당하게 말을 해서 당황했다. 맞았다는 얘기를 하더라. 수사 과정에서 (맞아서) 자백했다고 얘기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당했는지 물었는데 그걸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더라. 구구절절 다시 그때 상황을 묘사하기 싫다고 해서 아쉬웠다. 재판에서 왜 졌냐고 물었더니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놈이 하소연할 데가 어디 있겠나, 억울하다.’ 그렇게 얘기했었다"고 전했다.

다만 "어떤 선량하고 억울한 피해자의 절박함으로 말이 전달되는 게 아니었다"며 "아마 이것 때문에 재판에서도 불리했을 것 같은데 말하는 투가 약간 빈정거리듯이 툭툭 내뱉는 그런 어투다. 이게 아마 듣는 사람에게 설득력을 떨어뜨렸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신 기자는 "그 얘기를 듣고 나서 뭐가 진실인지, 바로 경찰에 찾아가서 '어떻게 된 거냐. (다시)수사해 봐야 되지 않냐?’고 물었더니 경찰 쪽에서는 '전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다. 걔 정말 이상한 또라이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이춘재 주장의 신빙성을 따져보기 위해 최근 윤 씨와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1리에서 발생했다. 집에서 혼자 잠을 자고 있던 박모 양(당시 13세)이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숨진 사건이다.

경찰은 이듬해인 1989년 7월 윤 씨를 범인으로 검거, 모방범죄로 결론 내렸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나온 음모, 혈액형이 윤 씨의 것과 일치하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를 토대로 윤 씨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윤 씨는 경운기 수리센터 직원이었다. 소아마비 장애자였던 그는 사귀던 애인이 떠나 버린 뒤 여성에 대한 원한을 갖던 중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또 자신의 신체적 특징 때문에 박양을 목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윤씨는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고 수감생활을 하던 중 20년형으로 감형돼 지난 2010년 5월 청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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