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법인카드로 회식 후 귀가하다 사고로 사망, 업무상 재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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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카드로 회사 상사와 술을 마신 뒤 귀가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A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A 씨는 2017년 9월 20일 지방 출장을 다녀온 뒤 오후 8시 30분까지 동료들과 출장 관련 회의를 했다. 상사인 회사 임원이 저녁식사를 하고 다시 회의를 하자고 제안해 A 씨는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술을 마셨다.

이날 만취한 A 씨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집에 가다 버스에 치여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은 회사가 계획했거나 참석을 강제한 회식이 아니었다는 점 등을 들어 A 씨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불복한 A 씨 유족은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 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 씨 사망과 그가 수행하던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해야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 씨 회사 임원이 이 사건 저녁식사를 제안했고 저녁식사가 회사 법인카드로 계산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A 씨 일행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와 일을 계속 하려고 했고 실제 식사 후 회사로 돌아와 사무실을 정리하고 짐을 챙겨 퇴근한 점 등을 볼 때 업무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A 씨가 동료들의 만류나 제지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술을 마셨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며 “동석자들이 A 씨와 모두 비슷한 양의 술을 나누어 마셨다”고 설명했다.

김예지 기자 ye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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