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 돌연사 범인으로 고유정 지목 “정황증거 퍼즐들”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30일 1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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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현 남편 '잠버릇'에 과실치사 혐의 무게
국과수 추가 분석, 남편 수면유도제 검출
고씨, 질식사 검색…사망 시각 휴대전화 사용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의 피고인 고유정(36·구속기소)의 의붓아들(4) 사망사건이 고씨의 연쇄살인 혐의로 좁혀졌다.

경찰은 지난 3월2일 고씨의 의붓아들이 숨진 뒤 6개월간 수사를 벌여 고씨를 최종 피의자로 판단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고씨의 현 남편 A(37)씨 과실치사 혐의에 무게를 두던 초반 수사와 정반대 결과다. 지난 7월 말 A씨의 체모에서 추가 검출된 수면유도제 성분과 범행 전후 고씨의 행적이 결정적 단서로 작용했다.

경찰은 당초 A씨 아들 B군이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숨진 당일 고씨 부부의 집에서 범행 도구나 외상, 외부 침입 흔적 등 타살을 의심할 만한 단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는 B군의 사인이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 때도 외상이나 장기 손상 등 뚜렷한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B군이 제주에서 복용한 감기약을 제외하고, 범죄로 추정되는 약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B군이 숨진 당일 A를 유족 대표로 참고인 조사했다. 이후 5월1일 국과수 정밀검사 결과를 통보받고 이튿날 A씨와 고씨를 불러 조사했다.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경찰은 같은 달 28일 A씨 동의를 얻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했고, A씨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나왔다.

고씨에 대한 2차례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도 고씨의 진술이 ‘거짓’으로 판명됐다.

고씨가 A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도 경찰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고씨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A씨에게 ‘잠을 자면서 몸으로 (옆 사람을) 누르는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경찰은 고씨가 5월25일 제주에서 전 남편(36)을 살해하고 6월1일 청주의 자택에서 체포된 뒤 의붓아들 사건을 강제수사로 전환했다. 6월3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A씨 부부의 휴대전화와 PC 하드디스크, 병원 처방내역 등을 확보했다.

A씨도 이날 다시 불러 추가 조사를 하고, 체모 채취를 해 국과수 감정을 의뢰했으나 범죄에 주로 쓰이는 약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당시 고씨는 국과수 감정을 거부했다.

A씨는 “경찰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6월13일 제주지검에 고씨를 살인 혐의로 고소했다. 고씨는 7월22일 “나를 살인범으로 몰아간다”며 현 남편 A씨를 명예훼손과 폭행 혐의로 맞고소했다.

A씨는 검찰에서 모근 검사를 요구해 한 차례 더 국과수 약물감정을 받았으나 범죄에 악용되는 수십가지 약물 목록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 때까지 경찰이 고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지 않았던 이유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고씨가 알프람과 함께 수면유도제를 함께 처방받은 정황을 포착, 7월 중순 국과수에 2차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A씨의 체모에서 해당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됐다.

A씨가 의심했던 알프람 성분은 나오지 않았다. 알프람은 알프라졸람 성분의 알약으로서 불안·긴장·우울·수면장애 등의 치료제로 쓰인다. 졸피뎀 등과 함께 범죄에 악용되는 약물로도 분류돼 국과수 약물감정 목록에도 포함돼 있다. A씨의 최종 분석에서 나온 수면유도제는 이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지난해 11월 A씨와의 사이에서 첫 번째 유산을 한 뒤 불면증을 이유로 청주의 한 약국에서 알프람과 수면유도제를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전 남편을 살해하는 데 사용한 졸피뎀이나 그와 유사한 성분이 나오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국과수 추가 분석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나와 고씨로 수사망을 좁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씨는 의붓아들 B군이 숨지기 전날 A씨와 B군에게 전 남편과 같이 카레를 저녁으로 먹였다. 경찰은 고씨가 전 남편 살해 수법과 유사하게 카레나 음료수 등에 수면유도제를 넣은 뒤 A씨가 잠든 틈을 타 B군을 불상의 방법으로 눌러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B군의 사망 전후 고씨의 행적도 결정적 단서가 됐다. 경찰의 디지털포렌식 분석 결과, 고씨는 B군이 숨지기 8일 전 자택 PC로 ‘질식사’를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씨는 이를 통해 ‘베개 질식살해’ 관련 기사를 봤다.

고씨는 또 B군이 숨진 시각으로 추정되는 3월2일 오전 5시께 휴대전화를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고씨를 최종 범인으로 지목했다. 고씨는 8차례 진행된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정황 증거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며 최종 피의자를 결론지었다”며 “다만, 직접 증거가 없어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의 아들 B군은 지난 3월2일 오전 10시10분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자택 작은방 침대에서 A씨와 함께 잠을 자던 중 숨진 채 발견됐다.

국과수는 부검을 통해 B군의 숨진 시각을 오전 5시 전후로 추정했다. 사인은 ‘10분 이상 전신의 강한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판단했다. B군이 잠을 잤던 침대에서는 B군의 혈흔이 발견됐다.

제주의 친할머니 집에서 지내던 B군은 지난 2월28일 청주에 왔다가 변을 당했다. 2017년 11월 재혼한 고씨 부부는 사고 직전 B군을 고씨의 친아들(6)과 함께 청주에서 키우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A씨가 전처 사이에서 낳았다.

고씨는 5월25일 제주로 내려가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사체손괴·은닉)로 구속기소돼 제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청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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