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약품 투여만 한 아들, 논문 공저자 올린 서울대 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미성년 자녀 공저자’ 교수 6명 서울대연구진실성委에 회부
“단순 보조, 논문기여 보기 어려워”… 2명은 연구윤리위반 징계 착수

서울대가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린 교수 6명을 연구진실성위원회에 회부했고 이 중 2명에 대해 ‘연구윤리 위반’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는 연구윤리 위반 결정이 난 교수 2명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29일 본보가 입수한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의과대학 A 교수는 2007년 서울의 한 특목고에 재학하던 아들의 고교 과제 연구를 자신의 실험실에서 하도록 했다. 그리고 A 교수는 2007년과 2008년에 발표한 의학 논문 3건에 아들의 이름을 공저자로 올렸다. A 교수의 아들은 2009년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A 교수의 자녀가 대학 실험실에 나온 사실은 인정되지만 논문 작성에 기여한 사실이 없다”며 “실험실에서 약품을 일부 투여하는 처치만으로는 저자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자녀를 공저자에 포함시킨 데다 이런 위반 논문이 3편이나 돼 사안이 가볍지 않다”며 연구윤리 위반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A 교수는 위원회 측에 ‘자녀가 24시간 이상 실험에 참여했다’는 내용이 담긴 박사후연구원의 진술서를 해명 자료로 제출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진술서가 위원회 조사 이후에 작성됐고 박사후연구원은 교수와 상하관계에 있는 사람”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A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인터뷰를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수의대 B 교수는 2012년 고교생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등재했다. 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B 교수의 자녀는 2011년 B 교수의 연구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지만 별도의 연구노트를 작성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단순 실험 보조 이상의 저자로 인정될 만한 기여를 하지 않았다”며 역시 연구윤리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B 교수의 자녀는 2012년 해외 대학으로 진학했다. B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통화하기 어렵다”며 전화를 끊었다.

의대 C 교수는 2015년과 2016년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렸다. 위원회는 C 교수에 대해선 “자녀가 논문에 참여한 사실은 인정된다”며 연구윤리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험실 인턴의 채용이나 공저자 자격 기준이 연구윤리 지침이나 해당 분야의 합리적 관행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하다”며 개정을 권고했다. 2006년 제정된 서울대 연구윤리 지침에 따르면 연구결과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은 저자로 올릴 수 없다. 서울대 측은 조만간 A, B 교수에 대한 징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위원회에서 연구윤리 위반으로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린 교수는 3명이 더 있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중 2건에 대해서는 연구윤리 위반 여부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5월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10여 년 동안 총 50개 대학 교수 87명이 139건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윤다빈 empty@donga.com·김은지 기자
#서울대 교수#미성년 자녀#논문 공저자#연구윤리 위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