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 통해 지구촌 문화 이해하면 세계평화 이룰 수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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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명예대회장 반기문 前유엔 사무총장 인터뷰

반기문 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명예대회장은 “평소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 실현에 관심이 많았다”며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이 성공적으로 열리고 국제대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반기문 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명예대회장은 “평소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 실현에 관심이 많았다”며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이 성공적으로 열리고 국제대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세계 각국의 전통무예에는 그 나라 사람들의 혼(魂)과 역사, 애환이 담겨 있습니다. 무예를 통해 각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세계인이 하나로 이어지면 세계평화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명예대회장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23일 서울 종로구 국가기후환경회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택견의 고장인 충북 충주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각 나라의 전통무예를 세계인에게 알리고, 발전시킬 수 있는 뜻깊은 기회”라고 말했다.

반 명예대회장은 1월 7일 이 대회 명예대회장직을 맡은 이후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비롯한 국제 스포츠계 유력 인사들을 만나 대회 알리기와 성공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명예대회장을 맡은 이유는….


“사실 나는 스포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통합과 세계평화를 위해 스포츠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유엔 사무총장 시절에도 세계 분쟁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데 스포츠가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본다. 왜냐하면 스포츠에는 이념이나 정치가 개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엔 사무총장 시절에) 바흐 IOC 위원장과 로마 교황청에 가서 평화를 위한 스포츠 행사를 열기도 했다. 사무총장을 마친 뒤 이시종 충북도지사로부터 내 고향인 충주에서 세계무예마스터십이 열린다는 얘기와 명예대회장 제의를 받고 흔쾌히 수락했다. 2번째 대회 만에 국제공인을 받은 이 행사를 위해 일하는 것이 보람이다.

―평소 스포츠에 관심이 있었나.


“어린 시절 아버님께서 유도를 배워보라고 권하셨는데 게을러서 배우지 못했다. 지금 그게 후회된다. 그래서인가 유엔 사무총장 시절 성화 봉송을 4번이나 했다. 런던 올림픽(2012년), 소치 겨울올림픽(2014년), 리우 올림픽(2016년), 평창 겨울올림픽(2018년) 등이다. 역대 유엔 사무총장 가운데 내가 제일 많이 했다. 나는 지금 IOC 윤리위원장도 맡고 있다. 어릴 때는 스포츠와 별로 인연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고 유엔 사무총장을 하면서 꽤 관련이 있다.

―외국에서 무예마스터십을 보는 시각은 어떤가.

“솔직히 국제사회의 평가나 인식은 높지 않다. 그래서 바흐 위원장과 라파엘 키울리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회장 등을 만나 협조를 구했다. 5월에는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스포츠어코드컨벤션2019’에 가서 기조연설을 하고, 행사에 참석한 세계 경기 단체 회장들을 모두 만났다. 그 결과 GAISF에서 충주무예마스터십을 공인했다. 이번 대회 개막식에는 위짜이칭(于再淸) IOC 부위원장을 비롯한 9명의 IOC 위원과 키울리 회장, 19명의 주한 외교 대사 등 70∼80명이 참석한다. 국제적인 축복 속에 대회가 치러질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무예마스터십의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스포츠 강국인 대한민국의 무예를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첫 대회 때보다 국제사회의 호응이나 관심이 한 단계 이상 올라갔다. 전통무예를 전 세계에 알리는 이런 행사는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관심을 갖고 밀어줘야 한다. 우리 문화는 우리가 사랑하고 가꾸지 않으면 남이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청소년들이 이번 대회에 많이 참관을 해 자랑스러운 우리의 국력과 역사를 알고 자부심을 갖길 바란다. 이 대회가 대한민국의 역량과 역사, 민족정신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 각국의 전통 무술·무예 치르는 세계 유일 국제대회 ▼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은 어떤 대회

3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충북 충주에서 열리는 ‘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은 각국의 전통 무술·무예를 모아 치르는 세계 유일의 국제종합 무예(martial arts)경기대회다. 2016년 청주에서 처음 열렸다.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조직위원회(위원장 이시종 충북도지사)에 따르면 28일 현재 107개 국 3143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 신청을 했다. 대회 종목은 모두 20개다. 세부적으로는 겨루기 133개, 연무(품새) 53개, 기타(기사·騎射, 기록) 20개 등 모두 206개 부문에서 자웅을 겨룬다.

종목은 한국의 태권도를 비롯해 나라마다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전통무예가 포함돼 있다. 동남아 지역의 ‘펜칵실랏’, 고대 인도병법에서 기원한 ‘카바디’, 기원전에 쓰인 고대 서사시에 등장하는 카자흐스탄의 ‘벨트레슬링’, 태국의 혼을 담은 ‘무아이타이’ 등이다. 현대에서 만들어지거나 발전한 주짓수, 삼보, 용무도 등도 선보인다.

조직위는 수준 높고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국제연맹에서 지정한 기술대표가 경기 진행과 경기장 시설, 선수 관리 등을 총괄하도록 했다. 경기규칙은 국제연맹이 정한 국제경기규칙을 적용한다. 도핑(약물을 써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행위) 검사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서 나온 검사관이 주관해 대회의 공신력을 높일 계획이다.

무예를 주제로 한 ‘국제무예액션영화제’와 무예 관람 우수제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무예산업박람회’, 무예 체험 부스, 유네스코 산하 무예시범단 공연 등 경기 이외의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준비됐다.

이시종 조직위원장은 “‘시대를 넘어, 세계를 잇다’라는 구호 아래 치러지는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은 충북이 스포츠 외교의 주 무대로 부상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반기문#명예회장#국제종합#무예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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