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폭행 피해 베트남 여성 똑똑한 편…신고 안한 사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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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8일 0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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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페이스북 캡처
사진=페이스북 캡처
두 살 배기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여성을 무차별 폭행하는 한국인 남편의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돼 여론의 비난이 거센 가운데, 한국이주여성협회 회장은 “놀랍지 않다”며 이주 여성들의 가정폭력 피해 현실을 고발했다.

중국 출신 이주여성인 왕지연 한국이주여성협회 회장은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저희 주변에서 이런 일이 빈번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도 이번에는 그분(영상 속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 똑똑한 편이니까 이렇게 공개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왕 회장은 “저한테도 가끔 얼굴에 피가 묻은 사진이 오기도 한다. 남편에게 진짜 폭력이 아니라도 정서적인 학대를 많이 받고 있다는 상담도 많이 온다”며 “그런데 신고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우선, 한국에 입국한 지 얼마 안 되신 분들이라 신고하는 절차를 모른다”라며 “두 번째는 남편을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벌금형 처벌이 가장 많은데, 경제적으로 어려운데 벌금을 내게 된다. 그래서 신고를 철회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가장 큰 문제는 2차, 3차 피해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게 두려워서 신고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고해도 그 정도 처벌밖에 안 되고, 남편도 고쳐지지도 않는다. 아이를 위해 계속 한국에서 살아야 하니 신고하기 어렵다”이라며 이주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 국적을 (획득하지) 못한 분들은 외국인 신분이기 때문에 (다수의) 양육권 관련 판결에서도 양육권을 주지 않더라”며 “저희를 보호해 주는 법이 별로 없어서 폭행을 당해도 참고 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왕 회장은 “(이주 여성들은) 한국에 시집와서 멋지게,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본국 가족한테 보여주고 싶은데, 오자마자 이혼하거나 이런 모습은 본국 식구들한테도 상처를 주는 것이다. 또 아이도 걸린 문제니까 쉽게 이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왕 회장은 이러한 이주여성들의 가정폭력 피해에도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희한테 동정심을 주는 것 보다 정말 제대로 된 울타리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며 “또 한 가지는 이주여성들이 사회통합시스템에 들어가서 교육을 받는데, 저희한테만 교육하지 말고 남편들한테도 인권 교육이나 가정폭력 방지 등 제대로 된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이주여성들의 피해 방지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4일 오후 9시부터 3시간 동안 전남 영암군 자신의 집에서 베트남 출신의 이주여성 아내 A 씨를 3시간 동안 때린 30대 남성 김모 씨를 지난 6일 특수상해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한 뒤 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A 씨의 폭행 피해가 담긴 영상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퍼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해당 영상은 A 씨가 기저귀 가방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올려놓고 몰래 촬영한 영상으로, A 씨는 김 씨의 폭행이 끝난 뒤 이를 자신의 베트남 지인에게 보냈고 이후 A 씨의 지인이 이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크게 확산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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