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세계지도’ 만국전도, 분실 25년 만에 발견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29일 1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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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각각 불구속입건
보물 제1008호 중 하나 만국전도, 은닉범 식당에
함양박씨 집안 고서적은 거주지서 보관…116책
양녕대군 친필 목판은 비닐하우스 창고서 보관
은닉 2명, 조사서 "도난 문화재인지 모르고 샀다"
경찰 "절도 공소시효 기다린 후 판매하려 한 것"

우리나라 보물 중 하나인 조선시대 세계지도와 태종의 장자 양녕대군 친필 목판을 은닉, 판매하려던 남성 2명이 잇따라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는 문화재보호법위반(은닉) 혐의로 A씨(50)와 B씨(70)씨를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이번 검거를 통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008호(7종 46점) 중 하나인 ‘만국전도’(조선시대 세계지도)와 함양박씨 문중 전적류(고서적) 116책, 양녕대군의 필체가 담긴 ‘숭례문’(崇禮門)과 ‘후적벽부’(後赤壁賦) 등 목판 6점(숭례문 2점, 후적벽부 4점)을 회수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찾은 만국전도는 조선시대에 지도 관리를 통상 관(官)에서 해왔던 점과는 달리 개인이 제작했으며, 현재까지 민가에서 발견된 세계지도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의미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평했다. 이 지도는 1989년 8월1일 함양박씨 문중 전적류와 함께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됐다.

만국전도는 358년전인 1661년 박정설(효종~숙종 때의 문신)이 채색 필사한 세계지도로, 세계지리서 직방외기(중국 명나라 말기 이탈리아 선교사가 한문으로 저술한 세계지리도지)에 실린 만국전도를 필사한 지도다.현종 2년에 바다와 육지를 각각 다른 색으로 채색해 필사한 것으로, 오늘날의 지구의(地球儀)과 흡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994년 동대문구 휘경동 소재 함양박씨 문중에서 도난된 보물 제1008호 ‘만국전도’와 함양박씨 정랑공파 문중 전적류 116책이 장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난해 8월 취득해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가 만국서적을 유통하려고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문화재청과 공조를 통해 A씨 소재를 파악, 지난해 10월28일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A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던 경찰은 경상북도 안동 소재 A씨가 운영하는 식당 내부 벽지에서 만국전도를 회수했다. 함양박씨 정랑공파 집안의 전적류는 A씨의 거주지에서 보관돼온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2008년 10월 전남 담양 소재 양녕대군 후손의 재실 몽한각에서 도난된 ‘숭례문’과 ‘후적벽부’ 양녕대군 친필 목판이 장물인 줄 알면서도 취득·은닉한 혐의다.

경찰은 2017년 10월께 종로구 소재 예술품 경매회사인 ‘명인옥션’에서 목판들을 판매하려 한다는 첩보를 받고, 문화재청 측과 공조해 지난해 7월 B씨를 검거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경기도 양평 소재 B씨의 비닐하우스 창고에서 해당 목판 6점을 회수했다.

A씨와 B씨는 해당 문화재들을 각각 1500만원, 2000만~3000만원에 판매하려고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문화재 절도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나기를 기다렸다가 경매업자를 통해 처분하려던 과정에서 적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통상적으로 문화재 사범들은 추적 불가능한 불상의 매도자로부터 구매했다고 주장하는데, A·B씨 역시 이미 사망한 사람으로부터 정상적으로 (문화재를) 구입한 것처럼 변명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조사에서 “도난 문화재인지 모르고 구매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두 사람 모두 오랜기간 고(古)미술품과 골동품 관련 매매업에 종사했던 점을 토대로 도난 문화재를 알고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의 경우 “전혀 모르는,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사달라고 가지고 와서 130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판매자에 대한 인적사항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수대 관계자는“2007년 문화재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도난 문화재는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등록된다”며 “이후부터는 도난 문화재인지 모르고 구매했더라도 (구매자의) 선의취득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들을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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