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성 유산 치료를 위한 병가·휴직을 불허하거나, 사직을 요구한 행위는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습관성 유산 치료를 위한 병가·휴직 신청을 허가하지 않거나 사직을 요구하는 행위는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판단하고, 해당 지역 도지사와 복지관장에게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지역복지관에서 음악치료사로 근무하던 A씨는 습관성 유산 치료를 위해 8주간 안정가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지난 2017년 병가와 휴직을 신청했다. 그러나 해당 복지관에서는 A씨의 병가, 휴직 신청을 허가해주지 않고 A씨에게 직장과 임신 중 한 가지만 선택하라며 사직을 강요했다. 이후 A씨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사직서를 제출했고, 임신·출산을 이유로 고용차별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복지관 측은 인권위 조사에서 A씨가 병가·휴직 신청 당시 임신한 상태도 아니었고, 습관성 유산은 ‘복무규정’ 의 병가, ‘인사규정’ 의 휴직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진정인의 신청을 불허했다고 해명했다. 또 A씨의 경우 장애아동을 치료하는 음악치료사이기 때문에 업무를 다른 직원이 대체하기 어려워 복지관 이용 장애아동의 치료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었고 휴직기간 대체인력을 모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조사한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습관성 유산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등록된 질병”이라며 “해당 복지관 ‘복무규정’과 ‘인사규정’ 내 병가와 휴직의 목적을 종합해 볼 때, 복지관장은 A씨의 병가, 휴직 신청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허가할 수 있었다”고 봤다.
또한 “습관성 유산의 상태가 되면 그 후의 임신 예후가 극히 불량해질 가능성이 크고, A씨의 경우 임신 이전부터 안정가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음을 고려할 때 습관성 유산 치료와 안정적인 임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기 병가 또는 휴직이 불가피했던 상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대체인력을 채용하여 복지관 이용 장애아동의 지속적인 치료를 보장하면서 A씨의 병가 또는 휴직을 허가할 수 있었음에도 대다수의 인사위원들이 A씨에게 직장과 임신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해당 복지관에서 병가와 휴직을 불허한 것은 임신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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