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내리면 학생들 술이나 마신다”…여론조작 경찰댓글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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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13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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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시절 조현오 지시받은 경찰 간부 재판서
검찰 “국가기관이 개인으로 위장해 여론 왜곡”

조현오 전 경찰청장. 2019.1.21/뉴스1
조현오 전 경찰청장. 2019.1.21/뉴스1
이명박정부 시절 경찰이 일반시민인 것처럼 가장해 온라인 상에 댓글을 달아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이 법정에서 제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13일 열린 김모 전 경찰청 정보국장 등 경찰 간부 5명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이런 내용의 당시 댓글을 공개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2010~2012년 정부에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경찰청 소속 경찰관을 동원해 온라인에서 일반인인 것처럼 댓글을 달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김 전 국장 등 5명도 조 전 청장의 공범으로 기소됐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2010년 2월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 수사와 관련해 경찰은 “떳떳하다면 경찰 수사에 응하라”,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이 민노당 편을 든다”, “공무원이 민노당에서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댓글을 달아 여론전을 벌였다.

조 전 청장은 경찰 업무와 상관없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홍보하라는 지시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경찰은 FTA 비준 반대집회와 관련해 집회 주변 상인인 것처럼 가장해 “장사하면서 심장이 수십번 찢어졌다”는 댓글을 다는 등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다.

2010년 11월 서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와 관련해서도 경찰은 “G20을 망치려는 사람은 제정신이냐”는 댓글을 달았다. 당시 경찰이 시위진압용 음향대포를 구입하려다가 발생한 논란에 대해선 “경찰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할 것”, “불법집회하는 사람이 반대한다”는 댓글로 대응했다.

조 전 청장은 2011년 희망버스 시위와 관련해선 경찰 간부들에게 “진실이 어떻든 간에,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등 댓글활동을 독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경찰은 “부산 영도구민으로서 한마디 하는데, 관련없는 사람은 제발 오지 마라”, “물난리로 난리인데 희망버스 대신 수해지역에 가자”, “소풍놀이 그만해라” 등의 댓글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려 했다.

이 밖에도 2012년 6월 대통령 공약 사항인 반값등록금의 시행을 촉구하는 집회에 대해선 “순수하지 못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배후 세력이 의심된다”, “등록금을 내리면 학생들이 술이나 많이 마신다”는 등의 댓글로 깎아내리기도 했다.

검찰은 “조 전 청장 등 경찰 간부들이 댓글 대응을 지시한 목적은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국가기관이 개인으로 위장해 여론을 왜곡한 방식은 정당하다 할 수 없고, 집회 참가자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집회 주최 측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내용도 경찰로서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대해 김 전 국장 등 경찰간부 측 변호인은 부인한다는 취지로 간략히 답했다. 재판부는 4월11일 공판기일을 열고 변호인 측의 구체적인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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