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시절 조현오 지시받은 경찰 간부 재판서
검찰 “국가기관이 개인으로 위장해 여론 왜곡”
이명박정부 시절 경찰이 일반시민인 것처럼 가장해 온라인 상에 댓글을 달아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이 법정에서 제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13일 열린 김모 전 경찰청 정보국장 등 경찰 간부 5명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이런 내용의 당시 댓글을 공개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2010~2012년 정부에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경찰청 소속 경찰관을 동원해 온라인에서 일반인인 것처럼 댓글을 달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김 전 국장 등 5명도 조 전 청장의 공범으로 기소됐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2010년 2월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 수사와 관련해 경찰은 “떳떳하다면 경찰 수사에 응하라”,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이 민노당 편을 든다”, “공무원이 민노당에서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댓글을 달아 여론전을 벌였다.
조 전 청장은 경찰 업무와 상관없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홍보하라는 지시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경찰은 FTA 비준 반대집회와 관련해 집회 주변 상인인 것처럼 가장해 “장사하면서 심장이 수십번 찢어졌다”는 댓글을 다는 등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다.
2010년 11월 서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와 관련해서도 경찰은 “G20을 망치려는 사람은 제정신이냐”는 댓글을 달았다. 당시 경찰이 시위진압용 음향대포를 구입하려다가 발생한 논란에 대해선 “경찰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할 것”, “불법집회하는 사람이 반대한다”는 댓글로 대응했다.
조 전 청장은 2011년 희망버스 시위와 관련해선 경찰 간부들에게 “진실이 어떻든 간에,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등 댓글활동을 독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경찰은 “부산 영도구민으로서 한마디 하는데, 관련없는 사람은 제발 오지 마라”, “물난리로 난리인데 희망버스 대신 수해지역에 가자”, “소풍놀이 그만해라” 등의 댓글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려 했다.
이 밖에도 2012년 6월 대통령 공약 사항인 반값등록금의 시행을 촉구하는 집회에 대해선 “순수하지 못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배후 세력이 의심된다”, “등록금을 내리면 학생들이 술이나 많이 마신다”는 등의 댓글로 깎아내리기도 했다.
검찰은 “조 전 청장 등 경찰 간부들이 댓글 대응을 지시한 목적은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국가기관이 개인으로 위장해 여론을 왜곡한 방식은 정당하다 할 수 없고, 집회 참가자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집회 주최 측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내용도 경찰로서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대해 김 전 국장 등 경찰간부 측 변호인은 부인한다는 취지로 간략히 답했다. 재판부는 4월11일 공판기일을 열고 변호인 측의 구체적인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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