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312호 중법정 오후 3시48분. 홍동기 부장판사가 주문을 읽을 때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53)는 눈을 감고 있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 심리로 이날 오후 열린 안 전 지사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후 2시29분 재판부가 입정하며 시작됐다.
2심 마지막 재판이 시작되기 10분 전 굳은 얼굴로 재판정에 도착한 안 전 지사는 곧바로 피고인석으로 이동해 코트와 목도리를 벗고 자리에 앉았다. 입을 앙다문 채 눈을 감고 있던 안 전 지사는 오른쪽에 앉은 변호인과 가볍게 악수했고, 뒤를 돌아 다른 변호인과 짧게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2시31분 본격적인 선고절차가 시작되고 안 전 지사가 법정에서 한 말은 두 문장에 불과했다. 그는 생년월일을 묻는 말에 “65년 5월1일”이라고 답했고, 주소지 변동 여부를 묻는 말에는 “네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후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많다 보니 시간이 길어질 수 있지만 일어서서 들으라”며 안 전 지사의 기립을 명령했고, 안 전 지사는 약 1시간20분 재판 동안 눈을 감은 채 서 있었다.
재판부가 안 전 지사의 공소사실 혐의를 차례대로 유죄로 인정하자, 안 전 지사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다소 밝은 표정으로 재판에 임했던 변호인단의 분위기도 무거워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와 범행이 상당 기간 반복된 점을 보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공소사실 혐의 10개 중 9개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변명하거나 할 말 있으면 하라.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없나”라며 발언 기회를 부여했지만, 안 전 지사는 침묵했다.
선고 직후 방청석에서는 “감사합니다”라는 외침과 박수가 터져 나와 법정 경위들이 정숙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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