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숨진 고시원 앞 성탄예배…“가난으로 죽음 내몰리는 일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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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25일 1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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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정의평화사제단, 화마 희생자 위해 예배

대한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 정의평화사제단, 성프란시스공동체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현장 앞에서 성탄 예배를 드리고 있다. © News1
대한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 정의평화사제단, 성프란시스공동체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현장 앞에서 성탄 예배를 드리고 있다. © News1
25일 성탄절,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옛 국일고시원 건물 앞에 복음성가가 울려퍼졌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화마로 인해 숨진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모였다.

대한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 정의평화사제단, 성프란시스공동체는 이날 오전 국일고시원 앞에서 성탄예배를 열었다.

여재훈 대한성공회 신부는 “제가 일하는 서울역센터(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주변에는 고시원과 쪽방촌이 많다”며 “이번 사고 후 고시원에 사시는 분들이 서로 담소를 나누시는데 ‘방을 옮겨야겠다. 창문있는방으로, 돈을 좀 더주더라도 불이나면 뛰어내릴 수 있게’”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분들에게는 그 주거공간이 삶의 공간이 아니라 생존의 공간, 죽지못해 살아가는 공간이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며 ”좁은 방 한 편이 그들이 살아가는 집이 아니라 죽어서 들어가야할 관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또한 해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새벽 국일고시원에서 실화로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숨진 이들은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들이었다.

여재훈 신부는 ”가난한 사람들의 전용숙소로 자리잡은 고시원은 이곳을 기반으로 대도심에 값 싼 인력을 제공하는 기숙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이 커다란 도시의 밑바닥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탄의 아침에 절망과 단절이 가득했던 그 좁고 어두운 고시원 현장에서 우리의 가난한 이웃들과 슬픔을 나눈다“며 ”그리고 다시는 이 땅에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죽음으로 내몰리는 일없는 안전한 세상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지길 기도한다“고 강조했다.

여 신부는 또 ”차가운 새벽, 몸 누일곳 조차 없었던 아기 예수는 냄새나는 마굿간, 말구유에서 태어났다“며 ”그리고 천사들의 말을 듣고 가장 먼저 그를 축하하기 위해 찾아왔던 이는 밤새 찬 이슬을 맞으며 양을 치던 목동들이었다. 그시대 가장 가난한 인력들, 노동력을 제공하던 목동들이 천사들을 맞이해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러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도 세상은 불의가 판치고 가난한 이들이 고통받으며 매일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 일들이 판친다“며 ”이곳에서 목숨을 잃은 7명의 평화로운 안식과 살아남았지만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이웃들의 안녕을 위해 기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건물을 많이 가진 이들은 그 공간을 이웃들을 환대하는 곳으로 사용하게 하고 국가의 일을 다루는 이들은 가난한 이들의 주거권 향상과 안전한 주거공간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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