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청와대, 10여명 찍어 ‘인권위 블랙리스트’ 만들었다”…검찰 수사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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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11일 14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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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점거농성’ 후유증으로 숨진 인권활동가 유족에 사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0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 News1DB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0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 News1DB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가 ‘진보성향’ 국가인권위원회 직원을 걸러내기 위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인권위 자체 조사결과가 나왔다. 인권위는 이 전 대통령 등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 2010년 인권위 건물 점거농성 도중 숨진 장애인 인권활동가의 건강 악화에 인권위가 취한 난방 중단과 활동보조인 출입 제한이 영향을 미쳤다고 공식 인정하고 8년만에 사과했다.

인권위는 지난 7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약 4개월 동안 진행한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10일 열린 제19차 전원위원회에서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Δ과거 권력기관인 청와대의 인권위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 Δ인권위 스스로의 인권침해 사건 등에 대한 진상을 밝히기 위해 실시됐다.

◇靑 시민사회비서관 “MB정부와 같이 못가” 10명 리스트 건네

‘인권위 블랙리스트’는 2008년 10월27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인권침해를 인정한 뒤 작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2008년 경찰청 정보국에서 작성한 블랙리스트, 2009년과 2010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에서 작성·관리한 블랙리스트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은 2009년 10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인권위 전 사무총장에게 ‘이명박 정부와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라며 촛불집회 직권조사 담당 조사관이었던 김모 사무관 등 10여명이 포함된 인사기록카드를 전달했다.

이는 소위 ‘진보성향’ 시민단체 출신의 별정·계약직 직원을 찍어내고, 인권위 조직을 축소함으로써 미처 축출하지 못한 직원 등을 사후에 관리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인권위는 추정했다.

인권위는 “블랙리스트와 이를 통한 강제적 인권위 조직 축소는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된 사람에 대한 인권침해는 물론 인권위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형법상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비협조와 조사 권한의 한계로 밝히지 못한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검찰에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수사의뢰할 계획이다. 또한 대통령에게는 인권위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법·제도적 조치를 마련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점거농성 중 숨진 장애인 인권활동가 사망 8년만에 사과

인권위는 또 인권위 점거 농성 도중 숨진 고(故) 우동민 활동가 사망 사건과 관련, 인권위의 전기·난방 중단 및 활동보조인 출입금지 조치 등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장애인단체들은 2010년 11월4일부터 12월10일까지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와 장애인활동지원법의 올바른 제정을 요구하며 인권위 점거농성을 벌였다.

당시 인권위는 점거농성 중인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인 출입과 음식물 반입을 제한했다. 건물 내 엘리베이터 가동을 중단하고 난방과 전기도 끊었다. 이때 농성에 참여 중이던 우동민 활동가가 고열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옮겨져 중환자실에 입원했으나 이듬해 숨졌다.

인권위는 이같은 조치로 인해 우씨를 비롯한 중증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이 활동보조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오랫동안 추위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인권위가 활동보조 지원을 받을 장애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최소한의 체온 유지를 위한 난방 조치를 소홀히 해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의 인간 존엄과 가치를 침해했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아울러 “우동민 활동가의 사망이 인권위 청사 내 농성참여로 인한 것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면서도 “당시 인권위 조치가 우동민 활동가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도 봤다.

인권위는 “모든 사람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인권옹호자를 보호해야 하는 사명과 책무가 있는 기관이 인권침해행위를 했고 지난 8년간 이에 대한 진상 파악 없이 책임을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며 우동민 활동가 유족과 인권활동가들에게 사과했다.

인권위는 향후 우동민 활동가의 명예 회복을 위한 조치와 인권위 차원의 인권옹호자 선언 채택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꼐획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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