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짓는 야구장 명칭 놓고 갈라진 통합 창원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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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14일 경남 창원시 마산지역 곳곳에는 NC다이노스가 사용할 야구장 명칭과 관련한 펼침막이 걸려 있다. ‘마산’이 빠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14일 경남 창원시 마산지역 곳곳에는 NC다이노스가 사용할 야구장 명칭과 관련한 펼침막이 걸려 있다. ‘마산’이 빠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야구 역사 100년, 새 구장 이름은 마산야구장으로!’ ‘새 야구장 명칭에는 반드시 마산이 포함돼야 한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와 마산합포구 일원에는 요즘 이런 현수막이 즐비하다. 창원시가 마산회원구의 마산종합운동장을 헐고 그 자리에 야구장을 지으면서 ‘마산’이라는 단어를 빼려 하자 지역 사회단체와 자생단체, 각급 학교 동문회 등이 들고일어났다. 마산 주민들은 2010년 7월 이명박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창원, 마산, 진해시를 ‘통합 창원시’로 출범시킬 당시 시 명칭을 빼앗겼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13일 오후 대형 트럭과 장비들이 분주하게 작업 중인 야구장 공사 현장 주변에는 ‘시 명칭 빼앗아가고 야구장도 가져갈래!’ ‘마산야구장은 마산의 이름으로’ 등이 적힌 펼침막이 여러 개 걸려 있었다. 마산역 앞 대로변과 마산시외버스터미널 주변, 동마산 나들목 등지에도 비슷한 내용의 펼침막이 눈에 띄었다.

정치권도 창원 연고 프로야구단인 NC 다이노스가 사용할 새 야구장 명칭에 마산이 들어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하귀남 지역위원장은 성명을 발표했다. 지방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창원시가 명칭 결정을 원점으로 돌렸지만 비난 여론은 여전하다. 창원시는 최근 선호도 조사를 벌인 3개 안(창원 NC파크, 창원 NC필드, 창원 NC스타디움)을 폐기하고 명칭을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어설프게 접근했다가 마산지역 민심이 들끓자 ‘새 야구장 명칭 선정위원회’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당초 명칭 결정 예정일은 15일이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민심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실무자들을 심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출범할 위원회에는 시민대표 5명, 시의원 3명, 갈등관리위원과 공론화위원, 창원시 야구협회와 NC 구단 관계자, NC 팬클럽과 언론인 등 14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27일까지 명칭 선정 방법과 절차를 도출해 한 달 동안 선정 작업을 벌인 뒤 다음 달 27일 명칭을 확정한다. 김종환 창원시 행정국장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새 야구장 이름을 짓겠다”고 말했다.

갈 길은 멀다. 전통과 상징성을 살리려면 마산이 들어가야 한다는 여론이 있지만 통합 시 출범 10년이 다 돼 가는 만큼 통합의 취지를 살려 창원으로 해야 한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마산 지역 단체들은 “야구장 명칭에서 마산을 뺀다면 마산 시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고 100년 마산 야구의 명맥을 끊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운동장 주변 지역 상인 반응도 엇갈렸다. 한 식당 주인은 “통합 시 명칭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혼선을 막는 길이다. 마산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창원과 마산을 같이 쓰면 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창원마산야구장’은 일부에서 제시하는 중립적인 이름. 기존 야구장 명칭이 그렇고 새 야구장 공사도 ‘창원마산야구장’ 건립 공사다.

NC의 의중은 차이가 있다. NC는 이번에 새 야구장 이름으로 ‘창원 NC파크’를 창원시에 제안했었다. 협약서엔 ‘구장 명칭은 구단이 도시 정체성을 고려해 시와 협의해 결정한다’고 돼 있다. NC 구단 의견이 중요한 데다 ‘NC’를 뺄 가능성은 희박하다. 내년 2월 완공 예정인 새 야구장은 지하 1층, 지상 4층에 2만2000석 규모이다. 창원시가 통합시 갈등의 여진을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을지 야구계는 물론이고 많은 시민들이 주목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통합 창원시#마산야구장#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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