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쌍둥이 시험지에 깨알 숫자…정답 빼곡 포스트잇

  • 뉴스1
  • 입력 2018년 11월 12일 1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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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시험전 답만 외워 시험지 받자마자 적은듯”
객관식 문항 근처에는 뒷면 서술식 문제 답 적기도

경찰이 압수한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중 한 사람의 물리시험지, 주관식 답이 시험지 앞쪽 문항에 적혀있다. © News1
경찰이 압수한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중 한 사람의 물리시험지, 주관식 답이 시험지 앞쪽 문항에 적혀있다. © News1
숙명여고 전직 교무부장 A씨(53)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총 5회에 걸쳐 시험지와 정답을 유출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이 압수한 증거들을 보면 메모와 시험지 한편에 빼곡하게 정답이 적혀있는 등 유출 의심을 할 만한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수서경찰서가 12일 공개한 압수물을 보면 2학년 1학기 기말시험 영어시험지 앞쪽 객관식 문항 근처 빈공간에 뒷문제에서 나오는 서술형 문제의 답이 적혀있다. 경찰은 쌍둥이 중 한명이 이 답을 계속 외우고 있다가 시험이 시작된 직후 잊지 않기 위해 바로 적어놓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쌍둥이들의 물리와 체육 과목 시험지에서 번호들이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 번호들은 각 객관식의 답이다. 경찰은 이 역시 쌍둥이들이 객관식 답을 계속 외우고 있다가 시험지를 받자마자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 객관식과 주관식의 답만 적여있는 포스트잇도 발견됐는데 이는 커닝페이퍼용으로 만든 것이라는 추측이다.

쌍둥이 자매는 1학년 1학기 때 전교 59등과 121등이었는데, 1학년 2학기에는 이과 전교 5등과 문과 전교 2등으로 성적이 크게 올랐고, 지난 학기에는 문·이과에서 각각 1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쌍둥이들은 모의고사나 학원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쌍둥이 중 언니의 국어 내신 전교 석차는 지난해 1학년1학기 107등에서 올해 2학년 1학기 1등으로 급등했지만 국어 모의고사 전교 석차는 지난해 9월 68등에서 올해 3월 459등으로 급락했다. 영어 내신석차도 132등에서 1등으로 크게 올랐지만 모의고사 성적은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떨어졌다.

동생도 비슷했다. 국어 내신석차는 1학년1학기 전교 82등에서 2학년1학기 1등으로 치솟았지만 모의고사에서는 130등에서 301등으로 추락했다. 영어도 내신석차가 188등에서 8등으로 수직상승하는 사이 모의고사는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낮아졌다.

쌍둥이들은 학교에서는 2학년 1학기에 각각 문·이과 전교 1등을 했지만 학원에서는 5레벨 중 3레벨 반, 즉 중위권 반에 속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려졌다.

A씨와 쌍둥이 자녀는 경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자녀들과 관련된 정황자료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부인했고, 쌍둥이 자녀들은 시험 후 채점을 위해 정답을 메모한 것이라고 하는 등 열심히 노력해 성적이 향상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정황상 A씨가 시험답안을 쌍둥이 자녀에게 유출한 것으로 보고 지난 2일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 6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이날 구속한 A씨와 쌍둥이 자매를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전 교장, 교감, 고사총괄교사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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