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자들의 새출발 위해…” 뜻깊은 합동결혼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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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랑위원 인천지역연합회’, 형편 어려운 출소자 결혼식 주선
398명 회원이 예식비용 모아 20년간 200쌍 넘게 가정 꾸려줘
매년 중고교생 장학금 전달도

조상범 법사랑위원 인천지역연합회장(가운데)과 임원들이 30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카페에서 간담회를 갖고 다음 달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인천지역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법사랑위원 인천지역연합회 제공
조상범 법사랑위원 인천지역연합회장(가운데)과 임원들이 30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카페에서 간담회를 갖고 다음 달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인천지역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법사랑위원 인천지역연합회 제공
“오늘 결혼식을 올리게 된 신랑 신부들은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백년가약을 맺고 새롭게 출발하는 이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23일 오전 11시 인천 미추홀구의 한 예식장에서 뜻깊은 결혼식이 열렸다. 과거에 범죄를 저질러 오랜 기간 복역하다가 출소한 A 씨(54) 등 7명과 아내들이 그동안 미뤄 왔던 결혼식을 함께 올렸다. 주례가 성혼선언문을 낭독하자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들은 감정이 복받쳐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7쌍의 부부를 대표해 A 씨는 “안정된 가정을 꾸리게 된 만큼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지역 범죄예방 자원봉사단체인 ‘법사랑위원 인천지역연합회’가 출소자들을 위한 합동결혼식을 마련했다. 1998년부터 생활형편이 어려운 출소자들의 결혼식을 주선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200쌍이 넘는 부부가 가정을 꾸렸다. 연합회는 출소한 뒤 가정을 새로 꾸리거나 복역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사람들을 지원했다. 대상자를 선정해 예식비용과 신랑 신부가 주고받을 금반지를 준비했다. 외부 지원을 받지 않고 인천의 9개 지부에서 활동하는 회원 398명이 지원금을 냈다.

2011년부터 연합회를 이끌며 합동결혼식 주례를 맡고 있는 조상범 회장(71)은 부부생활 상담 역할도 한다. 결혼식을 올린 출소자가 사소한 문제로 부인과 다툼이 벌어지면 전화를 걸어 “주례를 섰으니 도와 달라”며 하소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 그럴 때면 조 회장은 부부를 불러내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부부의 고민을 들어준 뒤 화해를 주선하고 있다. 조 회장은 “결혼식을 올린 출소자가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합동결혼식 외에 장학사업도 벌이고 있다. 매년 5월 인천지역 중고교생에게 5000만 원이 넘는 장학금을 주고 있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을 모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학업 성적이 뛰어난 학생과 출소자, 탈북자,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지급된 장학금만 10억여 원에 이른다. 12월에도 추가로 장학금을 줄 예정이다.

법사랑위원 인천지역연합회는 전국 연합회 가운데 처음으로 중고교생이 대본을 써 참여하는 ‘학교폭력 예방 연극제’를 2016년부터 매년 열고 있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강의로 들려주는 것보다 체감도가 훨씬 높다.

연합회는 7월 법무부가 경기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연 ‘2018 범죄예방 한마음대회’에서 전국 59개 연합회 중에서 우수단체로 선정됐다. 인천지역 학교폭력 예방활동과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방지 지원 분야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6년부터 회원으로 활동하며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 38명의 사회 복귀를 도운 김재준 부평지구협의회장(71)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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