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계 미투’ 코세기 디아나’는 누구?…바둑 위해 ‘미수다’ 출연도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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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23일 1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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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 윤리위원회가 김성룡 전 9단(42)의 성폭행 의혹을 조사하면서 2차 가해성 질문을 했다는 보도가 22일 나오면서, 이른바 ‘바둑계 미투’를 점화한 코세기 디아나 초단(35·헝가리)에게 재차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의 코세기(헝가리는 한국처럼 성이 앞에 온다)초단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4세 때인 1997년이다. 당시 한국에서 열린 제 1회 대한생명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 헝가리 대표선수로 출전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으로 찾았다.

9세 때 아마추어 2단 실력이던 아버지에게서 바둑을 배운 그는 2년도 안 돼 백돌을 빼앗았고, 15세 때는 헝가리 최고 실력자와 겨룰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2000년에는 일본에서 열린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했다가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 도장에서 바둑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가 한국을 다시 찾은 건 2003년이다. 국무총리배 아마추어 세계대회 출전 때 그를 눈여겨 본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등이 러브콜을 한 것. 한국과 다시 인연을 맺게 된 그는 2004년 비자문제로 귀국 했다가 이후 명지대 교수에게 e메일로 "바둑을 배우고 싶다"는 간절한 뜻을 밝혀 2005년 명지대 바둑학과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2007년 겨울, 그녀에게 운명적인 제의가 들어왔다. 한국기원 특별입단이다. 보통은 입단대회를 거쳐 프로가 되지만 외국인인 경우에 바둑 보급 등을 위해 특별히 입단시키는 제도가 있다. 이듬해인 2008년 1월 한국기원에서 특별입단 케이스로 초단이 됐다. 226번째 프로기사다. 그는 입단 3개월 만에 첫 대국이었던 LG배 예선에서 김덕규 8단을 꺾기도 했다.

2010년에는 KBS 인기프로였던 '미녀들의 수다'에 나와 달라는 제의도 있었지만 바둑 외의 길이라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선배들이 ‘이젠 고향에 갈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할 때 굉장히 서운했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 바둑에 애착이 많았다. 한국어도 능숙하다.

코세기 초단은 객원기사가 아니라 다른 프로 기사처럼 40세가 되면 복지수당을 받을 수 있고, 후에 연금도 받을 수 있는 정(正)기사다. 한국에서 계속 프로 생활을 하겠다는 그의 뜻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런 코세기 초단은 지난 4월 17일 한국기원 프로기사 전용 게시판에 “2009년 6월 김성룡 9단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라는 내용을 글을 올렸고, '바둑계 미투'사건으로 퍼지며 큰 파문이 일었다.

당시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09년 곧바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당시 나는 한국에서 비자를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외국인인 데다가 아무런 힘이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할 경우, 한국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믿을지 김성룡 이야기를 믿을지 확신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9년 동안 (사건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어, 사과받기 위해 용기를 냈지만, 이제는 내가 점점 지쳐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23일 경향신문은 한국기원이 김성룡 전 9단의 성폭력 의혹 사건을 조사하면서 디아나 초단에게 2차 가해성 질문을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경향신문 측이 입수한 한국기원의 '(코세기 디아나-김성룡) 성폭행 관련 윤리위원회 조사·확인 보고서'와 질의서를 공개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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