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무너졌어, 신고해!” 긴박했던 상도유치원 사고 상황…결국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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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9월 7일 0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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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YTN 캡처
사진=YTN 캡처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다세대주택 공사장 흙막이 붕괴로 토사가 유출돼 인접한 상도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인근 주민은 7일 “주민들이 다 나와서 ‘저기 무너졌어’ 소리 지르고 ‘신고해, 신고해’ 이렇게 해서 정신을 차려보니까 유치원이 내려앉고 있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는 상도동 주민 A 씨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밤에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있는데 자꾸 비바람 소리 들리고 철근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공사장에 자재를 잘못 놓았나 하고 창문 쪽으로 가서 봤는데 뭔가 건물이 형태가 이상하더라. 그래서 혼자 ‘뭐지’ 하고 있는데 (무너진다는 소리가 들렸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A 씨는 사고 발생 전 이상징후를 느꼈느냐는 질문에 “공사장이 완전 높은 벽으로 막혀 있어서 공사 진행이 어디까지 됐다 등에 대해 정확히 잘 몰랐다”며 “동네 주민이라 궁금하기는 해서 저희 집이 3층이라 (내려다)보기는 했는데 지반을 되게 빨리 다졌더라. 경사졌던 벽도 깎았고 철근도 어느 정도 조금 세웠고. 그래서 빨리 진행하나 보다, 이 정도만 알았지 균열이나 이런 것에 대한 것은 하나도 몰랐다”고 전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사고는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 벽체가 무너져 근처 지반이 침하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유치원 건물이 10도가량 기울어진 상태다.

사고가 난 다세대주택 공사장은 폭 50m에 높이 20m 짜리 흙막이(지반 굴착 시 주위 지반의 침하·붕괴를 막기 위해 세우는 가설 구조물)를 설치하는 공사가 80% 가량 진행된 상태였다.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전체 폭 중 40m가량이 무너져 흙이 쏟아졌고, 공사장과 인접한 상도유치원을 떠받치던 지반의 흙 일부가 공사장으로 쏟아지면서 유치원이 중심을 잃고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날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5개월 전 상도유치원에서 건물이 위험하다고 의뢰를 받았다. 가서 보니 그때 굴착공사가 한 50% 정도 진행 돼 있었다. 그때는 바로 밑에까지는 굴착하지 않았는데 지질 밑에 굴착하는 걸 보니까… 그 지역이 위험한 편마암이다. 가산동 (붕괴사고와)과 똑같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편마암에는 단층이 있는데, 단층이 무너지게 위험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제가 ‘거기는 밑에까지 굴착을 하게 되면 가시설을 제대로 해놓고 해야지, 그냥 생각하면 안 된다’라고 리포트까지 써주고 관계기관과 협의하라고 했다. 잘못하면 위험하다, 굴착하게 되면 붕괴된다는 게 써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제가 5개월 전에 봤는데 그동안 뭐 했나”라며 “제가 보기에는 구청이나 시청이나 국토교통부 이런 사람들이 문제 있다. 지금 이게 사람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이 없다. 이걸 주민들이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게 시정이 안 되고 궁극적으로 붕괴까지 되지 않았냐”라고 지적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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