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36% 휴업인데” 선발확대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금융위 “회계개혁 기업 수요 늘어”
10년만에 합격자 점진적 확대 나서… ‘빅4’ 법인도 “올해 1400명 채용”
회계사들은 “지금도 7200명 휴업, 자격증 남발로 과열경쟁 우려”

정부가 한국공인회계사(CPA) 시험 합격 인원을 점진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혀 회계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감사 수요가 늘어난 대형 회계법인들은 합격자 증원을 반기고 있지만 일반 회계사들은 “회계사 3명 중 1명꼴로 ‘휴업’ 상태인데 증원은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27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공인회계사 합격 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회계 개혁에 따라 기업들의 감사 수요가 늘어난 데다 감사의 품질을 높일 필요가 있어 회계사 합격자를 늘릴 예정”이라며 “올해는 2차 시험이 진행 중인 만큼 수험생과 업계에 큰 혼란이 없도록 소폭만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회계사는 회계, 세무, 재무 등 회계에 관한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로 해마다 정부의 자격시험을 통해 배출된다. 전문성을 기반으로 취업률이 높은 편이라 지원자가 매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 6234명이었던 1차 시험 지원자는 올해 9916명으로 10년 새 59% 늘었다.

정부가 회계사 합격 인원을 본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2차 시험 합격자는 2000년 555명에서 2001년 1014명으로 늘어난 뒤 꾸준히 1000명대를 유지해 왔다. 2007년 830명으로 줄었다가 이듬해인 2008년 다시 1040명으로 늘어난 뒤 900명대를 이어오고 있다.

금융위가 합격자를 늘리려는 것은 외부감사법 개정에 따라 기업들의 감사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11월부터 감사업무 품질을 높이기 위한 ‘표준감사 시간제’도 도입돼 회계법인들은 회계사가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빅4’ 회계법인(삼일, 삼정, 안진, 한영)은 약 1400명의 회계사를 뽑을 예정이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측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회계사들을 올해부터 더 많이 뽑아야 한다”며 “빅4 법인 모두 비슷한 처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계사들은 “휴업 중인 회계사가 많은데 왜 합격자를 늘리냐”며 반대하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회계사 2만75명 중 휴업 신고를 한 회계사는 36.1%인 7256명에 이른다. 10년 전인 2008년 6월 말 휴업 회계사는 3364명으로 전체의 29.6% 수준이었다. 회계사 공인자격증은 취득했지만 회계법인이나 감사반에서 기업 회계감사라는 본업을 하지 않고 일반 직장에 취직하면 휴업 회계사로 신고할 수 있다.

회계업계에선 합격자 인원 증가로 경쟁이 과열되면서 휴업하는 회계사가 늘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무 강도는 세졌는데 처우는 나아지지 않아 회계법인을 떠나 일반 기업에 취업하는 회계사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박영철 한국공인회계사회 홍보팀장은 “합격자를 늘리면 장기적으로 회계법인 간에 일감을 따기 위한 ‘덤핑’이 생길 수 있다”며 “금융 당국은 증원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cpa 시험#한국공인회계사#회계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