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교육 모델로 주목 받는 ‘초중고생 책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8일 03시 00분


대구교육청, 10년째 출판기념회
학생 저자 7만5000여 명 배출… 내년부터 인문학 책 쓰기로 확대

대구 학생 저자들이 20일 시교육청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자신이 쓴 책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시교육청의 학생 책 쓰기 교육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 학생 저자들이 20일 시교육청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자신이 쓴 책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시교육청의 학생 책 쓰기 교육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대구여상 1학년 김규리 양(16)은 최근 학생 저자가 됐다. 평소 친구들과 즐겼던 마피아 게임에서 영감을 얻어 글을 썼다. 서재중 3학년 때 같이 활동한 동아리 회원들과 책을 발간한 김 양은 “글을 쓰고 고치고 지우는 과정을 수백 번 반복하면서 책을 완성했다”며 “학창 시절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학생 저자 262명이 함께 쓴 단행본 17권이 출간됐다. 이들은 20일 대구시교육청이 마련한 출판기념회를 통해 ‘작가’로 데뷔했다. 학부모와 지도교사 200여 명도 이 자리에 참석해 축하해 주었다. 출판기념회는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이 기간 학생 저자는 7만5000여 명이 탄생했다.

대구 초중고교 학생들의 책 쓰기 동아리 활동이 독서 교육 활성화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09년 시작한 학생 책 쓰기 교육으로 출판한 책은 첫해 1권으로 출발해 2010년 10권, 2011년 19권, 2012년 18권, 2013년 30권, 2014년 34권, 2015년 30권, 2016년 20권, 지난해 16권 등으로 늘었다. 시교육청은 대구지역 초중고교에 있는 457개 책 쓰기 동아리가 제출한 내용을 심사해 출판 여부를 결정한다. 합격점을 받은 원고는 300만 원을 지원해 책을 낸다.

올해 출간한 책도 눈에 띄는 주제가 많다. 와룡초교 6학년 10명은 각자 책을 읽고 토론한 뒤 ‘가치를 찾아서, 같이 떠나는 인문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대곡중 3학년 학생들은 살고 싶은 집을 묘사하면서 자신들의 마음속 욕구를 들여다본 ‘집, 고민하다’를 출간했다. 경북여고 학생 7명은 시, 소설, 만화, 동화 등을 엮은 ‘몽(夢)글 몽(夢)글’을 펴냈다. 현재와 미래의 꿈을 개성 있는 글로 표현했다.

동문고교 2학년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쓴 자서전 가운데 우수작을 모은 책 ‘아틀리에’도 나왔다. 학생들은 “이번 책 쓰기를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많이 가까워졌다. 선명하게 드러난 각자의 개성과 삶을 잘 어우러지게 글로 담아내는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대구 학생들의 책 쓰기는 2005년 시작한 ‘아침 독서 10분 운동’이 씨앗이 됐다. 모든 학생이 수업 시작 전에 10분 동안 책을 읽었다. 2007년에는 ‘삶 쓰기 100자 운동’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일상에서 느끼는 점을 100자 정도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였다. 시교육청은 이를 바탕으로 현재 12년간 인문도서 100권을 읽은 뒤 토론하고 책 1권을 쓰는 독서 정책을 펴고 있다.

내년에 출판할 50권의 학생 저자는 10월 15∼17일 달서구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책 축제’에서 선정한다. 초중고교 학생들이 올해 수업시간 또는 동아리 활동 때 쓴 글을 출품할 예정이다. 책 쓰기 동아리 전시회와 북 콘서트, 학생 탐구 발표회, 북카페 같은 알찬 부대 행사도 있다. 책 축제는 매년 전국에서 2만 명 이상이 찾는다. 이옥정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과 장학관은 “학생 저자가 주인공이 되는 축제”라며 “대구 학생들은 스스로 글쓰기 역량을 키워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면서 인문학적 삶을 살아가는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학생 책 쓰기 운동은 다른 지역 교육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우수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수준을 더욱 높인 인문학 책 쓰기로 발전시키고, 출판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교육청#초중고생 책쓰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