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잠 못드는 한국인, 수면부채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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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15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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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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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숨도 못 자겠군….”

회사원 김모 씨(32)는 사내 파워포인트(PPT) 발표를 앞두고 PPT 준비보다 더 큰 걱정이 있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전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다. 김 씨는 “수면장애로 업무에 차질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수면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한국인이 10년 새 2.6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의료계가 정한 ‘수면의 날’(16일)을 맞아 동아일보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2007~2016년 국내 수면장애 환자를 분석한 결과다. 2007년 18만9045명이었던 수면장애 환자는 2016년 49만4942명으로 급증했다. 수면장애 환자는 남성(20만1639명)보다 여성(29만3303명·2016년 기준)이 더 많았다.

수면장애란 잠을 못자는 불면증을 비롯해 자다가 숨이 막히는 ‘수면무호흡증’, 다리가 저려 잠을 깨는 ‘하지불안 증후군’, 자면서 소리를 지르는 ‘렘(rem) 수면 행동장애’ 등으로 수면에 문제가 생기는 증상을 통칭한다.

전문가들은 치료를 받지 않은 수면장애 환자까지 합치면 전체 인구의 약 5%인 258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석훈 수면장애클리닉 교수는 “입시와 취업, 고용유지 등 한국인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스트레스로 수면 리듬이 깨지면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장애는 개인의 건강악화뿐 아니라 생산성 저하와 안전사고 등으로 사회적 비용을 높인다. 최근에는 마치 빚처럼 수면부족이 계속 쌓여 개인과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 ‘수면부채’(sleep debt)‘란 말까지 생겨났다.

수면이 부족하면 당장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킨다. 고혈압과 당뇨, 우울증, 치매에 걸릴 확률이 커진다. 삼성서울병원 주은연 수면클리닉 교수는 “일주일동안 하루 4, 5시간씩만 자면 체내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인 것과 같은 심각한 심신 장애 현상을 보일 수 있다”며 “학습 능률과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2012~2016년 고속도로 졸음운전 치사율(18.5%)은 과속사고 치사율(7.8%)의 2.4배나 됐다.

2015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8시간으로, 성인 권장 수면시간(7~8시간)에 못 미친다. 전문의들은 평소 숙면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뜻하는 ’수면 위생(Sleep hygiene)‘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 교수는 “수면제부터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잘못된 습관을 고친 후 효과가 없을 때 단기간 수면제를 써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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