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혜 씨(오른쪽)가 국내 한 중소기업의 대표와 직원 앞에서 용접면을 쓰고 용접 시범을 보이고 있다. 한국폴리텍대 제공
“현장에 여자가 오다니 재수가 없군.”
박은혜 씨(45·사진)가 도시가스 시공관리자로서 20여 년 전 처음 현장에 나갔을 때 들은 말이다. 당시 박 씨는 당황해 울기도 했다. “여자가 현장에 있는 모습이 얼마나 생소하면 그런 말을 했겠어요?”
그는 좌절하는 대신 ‘후배가 생기면 잘 챙겨주리라’ 마음먹으며 용접봉을 내려놓지 않았다. 얼마 안 가 그에게 “재수 없다”고 말한 주위 남성들은 그의 열정을 알아보고 먼저 다가왔다.
1997년 결혼 후 임신을 하면서 더 이상 공사 현장에 나가는 것이 힘들었다. 2년 뒤 10년간 잡은 용접봉을 놓고 경력단절여성이 됐다. 두 자녀를 키우던 그는 2004년 한국폴리텍대에 용접분야 기능장 과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전에는 아이들을 돌보고, 저녁에는 폴리텍대에서 강의를 들었다. 자정까지 남아 공부를 할 정도로 열정을 보인 끝에 그해 9월 한국 최초의 여성 용접기능장이 됐다.
이어 2006년 폴리텍대 산업설비과에 입학해 배관기능장을 취득했다. 고용노동부는 2015년 박 씨를 재료분야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로 위촉했다. 여성으로는 처음이었다. 그는 자신이 산업현장에서 쌓은 기술을 학교와 기업에 전수하고 있다. 동시에 한양이엔지에서 근무하며 신입사원에게 용접 이론과 실무를 교육하고 있다.
그는 2016년 국내 최초 전국기능경기대회 여성용접심사원으로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우수숙련기술자(준명장)로 선정됐다. 그의 다음 목표는 기능인의 꿈인 ‘대한민국 명장’이다. ‘세계여성의 날(8일)’을 앞둔 그는 “‘여자니까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세로 도전을 이어왔다. 내가 걷는 길이 후배 여성 용접사들에게 희망의 빛이 돼 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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