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은 타워크레인이 새것 둔갑…132대 제조일 속인 18명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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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중장비 수입업자 이모 씨(44)는 2014년 1월부터 2년 1개월 동안 해외에서 중고 타워크레인을 들여올 때마다 수입신고필증을 허위로 작성하는 일에 공을 들였다. 생산 시기를 실제보다 10년가량 늦춰 비싼 값에 팔거나 대여하기 위해서였다. 2003년에 생산된 타워크레인을 2013년에 출시된 것으로 둔갑시켰다. 이런 식으로 이 씨가 연식을 속여 수입한 중고 타워크레인은 60여 대에 이른다. 모두 공사 현장에 투입됐다.

이 씨는 중고 타워크레인 1대를 4억∼5억 원에 사들여 구매업자에게 팔았다. 통상 800만 원가량의 이득을 챙겼다.

구매업자 김모 씨(55)는 타워크레인의 연식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공사 현장에 대여했다. 김 씨가 5억 원에 사들인 타워크레인의 경우 실제 2007년에 생산된 것이었지만 연식은 2016년으로 돼 있었다. 아파트 건설 현장에 1000만 원을 받고 빌려줬다.

수입 중고 타워크레인의 서류상 연식이 사실인지 확인해야 하는 관세사들은 서류 누락 여부만 살폈다. 이 씨 등 수입업자들은 이 점을 노렸다. 관세사들은 수입업자가 제출한 서류의 내용을 그대로 전산 입력했고 구청 자동차등록사업소에서는 등록증을 발급했다. 제동 한 번 걸리지 않고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공사 현장의 근로자 일부도 묵인했다. 타워크레인 운전자 정모 씨는 “기계엔 2002년 식이라고 적혀 있는데 등록증엔 2014년 식으로 돼 있는 타워크레인을 운전한 적이 있다. 문제를 제기하면 다음에 일자리를 얻을 수 없을 것 같아 모른 척했다”고 털어놨다.

김준태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운전자들은 크레인에 붙은 명판의 제조연식을 항상 확인하는데 등록증과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밝혔다. 일부 수입업자나 구매업자는 가짜 명판을 만들어 붙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10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중고 타워크레인 132대의 생산 시기를 속인 혐의로 이 씨와 김 씨 등 수입업자와 구매업자 18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허위 연식을 적발하지 못한 관세사와 구청 공무원들은 범행을 알면서 방치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처벌을 면했다.

김동혁 hack@donga.com·전채은 기자
#타워크레인#제조일#건설#중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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