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딸기 재배 농민들이 시청앞에서 집회를 갖고 딸기 하우스 단지 가운데 내준 축사 허가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박일호 밀양시장은 삼랑진 거족들 대형 축사 허가를 취소하라!’ ‘딸기 명성을 축사의 악취 구덩이에 내동댕이칠 수는 없다!’
올해 들어 가장 춥고 눈까지 내린 10일 오후 1시 반 경남 밀양시청 정문 앞. 밀양시 삼랑진읍 미전리의 일명 ‘거족들’에서 하우스 딸기를 재배하는 농민과 삼랑진 주민들은 대규모 집회를 열어 축사 허가 취소를 강하게 요구했다. 밀양시가 ‘삼랑진 딸기’ 주산지의 중심부에 대형 축사 2개를 허가한 것이 딸기 농사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 농민들은 사정이 너무 다급해 본격적인 딸기 수확철임에도 일을 뒤로 하고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농민들은 “거족들은 우리나라에서 딸기를 처음 재배한 시배지(始培地)로, 딸기 따기 체험학습 등으로 지역 관광산업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거족들 156만 m²의 90%가 넘는 토지에는 120농가가 줄지어 늘어선 하우스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다. 연간 매출액은 80억 원 안팎. 체험관광이 확대되면서 다른 업종의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것이 농민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몇 년 전 거족들 한쪽에 들어선 축사 때문에 체험팀이 줄어들고, 딸기 수확을 위해 고용한 일꾼들도 악취 때문에 일을 기피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농민들은 호소했다.
축사에서 생기는 초파리도 골칫거리다. ‘삼랑진 거족들 대형축사 허가 백지화 주민대책위’(위원장 정종택)는 “축사 2개를 운영해 온 김모 씨가 지난해 하반기 다시 축사 2동의 허가를 받아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는 딸기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운영하던 축사는 매각하고 신규 축사허가는 가족 명의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3500m² 안팎의 토지 두 곳에 건축면적 2064m²의 축사 2동을 짓는 것.
집회에 나온 주민들은 “새로 짓는 축사로 들어가는 진입도로의 폭이 좁아 대형 차량은 통행할 수 없고 보행자의 안전도 보호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밀양시가 허가를 해 준 자체가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얼마 전 공사중지가처분신청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그러자 축사 건축주도 가만있지 않았다. 주택과 350m 이상 떨어지면 허가가 가능하다는 조건을 충족시켰고 관련 규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신청과 주민 3명을 상대로 12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으로 맞섰다. 법원은 17일 양측을 불러 조정을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갈등이 첨예해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딸기 재배 농민들은 박일호 밀양시장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박 시장이 자신의 고향인 하남읍에는 축사 허가를 제한하면서 다른 지역은 차별한다는 얘기다. 또 “김 씨의 기존 축사 건립 당시 밀양시 관계자들이 ‘추가 허가를 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뒤엎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삼랑진 유권자 8000명도 박 시장에게 보냈던 신뢰를 접을 수밖에 없다”고 공언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심판하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박 시장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주민 반발을 감안해 축사를 불허하더라도 건축주가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의미가 없다”고 털어놨다. 축산농가들은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형편이다. 밀양시뿐 아니라 경남지역 각 지자체에서 축사, 돈사와 관련된 민원이 잇따르면서 악취 저감 시설비 지원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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