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내리려는 순간… 정류장 시내버스 위로 ‘크레인 날벼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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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등촌동서 1명 사망-15명 부상

또 넘어진 크레인… 이번엔 버스 덮쳐 1명 사망 28일 오전 9시 40분경 서울 강서구청입구 사거리 
인근 공사장에서 이동식 대형 크레인이 넘어져 정류장의 650번 시내버스를 덮쳤다. 타워크레인 사고로 올해만 19명이 숨진 가운데 또
 크레인 사고가 난 것이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16명 가운데 50대 여성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또 넘어진 크레인… 이번엔 버스 덮쳐 1명 사망 28일 오전 9시 40분경 서울 강서구청입구 사거리 인근 공사장에서 이동식 대형 크레인이 넘어져 정류장의 650번 시내버스를 덮쳤다. 타워크레인 사고로 올해만 19명이 숨진 가운데 또 크레인 사고가 난 것이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16명 가운데 50대 여성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70t짜리 이동식 크레인이 굴착기를 들어 옮기다 도로 위로 넘어졌다. 길이 50m의 크레인 끝부분이 중앙버스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를 덮쳤다. 마침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서 있던 50대 여성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식당에서 일하며 힘겹게 장애아들을 키우던 어머니였다.

28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오전 9시 40분경 서울 강서구청입구 사거리 근처의 한 건물 철거 현장에서 일어났다. 대형 이동식 크레인이 5t짜리 굴착기를 들어올렸다. 철거가 진행 중인 5층짜리 건물 꼭대기로 옮기기 위해서다. 굴착기가 건물 쪽으로 다가선 순간 크레인은 갑자기 균형을 잃고 오른쪽으로 넘어졌다. 당시 크레인은 경사지고 철거 잔해물이 많아 울퉁불퉁한 땅 위에 설치돼 있었다.

28일 오전 9시 40분경 서울 강서구청입구 사거리 인근 공사장에서 이동식 대형 크레인이 넘어져 정류장의 650번 시내버스를 덮쳤다. 버스 승객 16명 가운데 5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8일 오전 9시 40분경 서울 강서구청입구 사거리 인근 공사장에서 이동식 대형 크레인이 넘어져 정류장의 650번 시내버스를 덮쳤다. 버스 승객 16명 가운데 5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크레인은 도로 쪽에 설치된 20m 높이의 가림막을 넘어 정류장에 서 있던 650번 시내버스 지붕으로 쓰러졌다. 당시 버스에는 승객 16명이 타고 있었다. 정류장에 내리기 위해 하차문 근처에 서 있던 서모 씨(53·여)는 충격 탓에 머리를 크게 다쳐 사망했다. 또 60대 남성 1명이 중상을 입고 나머지 승객 14명이 경상을 입었다.

사고 순간을 목격한 주민 김모 씨(62)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굴착기가 떨어지더니 크레인이 옆으로 넘어지다가 버스에 내리꽂혔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버스가 피할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크레인에 매달린 굴착기도 도로 위로 떨어져 지나던 승용차와 부딪쳤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버스에 탔다가 숨진 서 씨는 주방보조로 일하는 식당으로 출근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에 따르면 서 씨는 4년 전 남편을 간경화로 잃었다고 한다. 20대 후반의 두 아들이 있는데 장애가 있는 둘째 아들을 힘겹게 키웠다고 한다. 서 씨의 오빠(55)는 “남편 먼저 보내고 힘들게 살아온 동생이다. 하필 그 시간에 그 버스에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며 울먹였다. 사회복지사인 김모 씨(58·여)도 출근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는 “버스에서 내리려 서 있다가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나면서 충격에 몸이 날아가 버스 바닥에 거꾸로 몸이 박혔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현장의 철거공사는 11일 시작됐다. 내년 1월 말 완료 예정이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크레인 기사와 현장소장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 강모 씨(59)는 “낡은 건물 2개를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는 공사로 알고 있다. 두 달 전부터 가림막을 설치했는데 크레인은 오늘 처음 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반이 평탄하지 않은 곳에 크레인을 설치한 것을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 임채섭 건설노조 경기남부 타워크레인지부장은 “크레인 작업 때는 지반 상태가 가장 중요한데 각종 잔해물 탓에 크레인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굴착기를 들어올릴 때 크레인 내부에서 무게중심을 잘 맞췄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서경찰서는 크레인 기사 A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철거 잔해물 위에 제대로 고정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사하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 감식이 끝나는 대로 책임자 등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남부고용노동지청은 해당 현장에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예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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