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대피소 이재민 1000명·동물 0마리…“반려동물도 수용” 靑 청원 ↑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11월 20일 11시 53분


사진=포항 이재민 칸막이 대피소(동아일보)
사진=포항 이재민 칸막이 대피소(동아일보)
지난 15일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의 여파로 1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현재 재난 대피소에서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려동물의 대피소 출입을 허가해달라는 요청ㅇ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

20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북 포항시의 지진 피해 이재민은 1099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등 9곳에 대피중이다.

이와 관련해 대피소에 ‘애완동물’ 출입을 허가해달라는 바람이 늘고 있다. 대피소 9곳 모두 동물 출입을 금하고 있기 때문. 한 네티즌은 지난 16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지진 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소 마련을 강력히 청원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저는 수원에 거주 중이며 포항에 있는 가족들 걱정에 잠이 오지 않는다”며 “저희 집 살림살이가 박살이 나서 난리가 났었으며 집에 있는 가족 같은 반려묘 3마리가 공포에 떨고 있었다. 엘레베이터가 안 되어 14층을 왔다갔다하며 급하게 귀한 생명을 저희 언니가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집에는 사람이 없었을 시간에 지진이 났지만 나오고 나서 오갈 곳이 없는 신세가 됐다. 바로 반려묘 때문이다. 혹여나 제가 포항시청에 전화하여 동물들과 함께 대피 할 대피소가 있냐는 질문을 했는데 (원하는 답변을) 확실히 들을 수 없었다. 대피소에 있는 분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제 가족은 반려묘들 때문에 대피소에 가지 않고 차에 있다. 고양이들은 케이지 안에 있다. 사람이 먼저지만 동물들도 소중한 생명이지 않나. 제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할 수 있는 곳이 하나라도 생기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글 외에도 19일과 20일 ‘지진 시 반려동물과 함께 할 대피소를 마련해달라’, ‘재난시에 반려 동물과 함께 대피할 수 있는 대피소와 그에 맞는 법안을 마련해달라’ 등의 청원글들이 게재됐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해당 청원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보탰다. 이들은 “1000만 애견인 시대라면서 재난 시에 대피소 출입을 못하게 하고 위험한 길거리로 내 모는 것은 국가의 무책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된다”(n*****),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있는 사람들은 따로 모아서 수용하면 될 것 같다. 반려견도 가족이고 생명이다”(na****), “동물들을 그 난장판에 나두고 주인 혼자 대피소가야 한단 말이냐? 그거 하나 배려 못하나”(xmog****)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네티즌도 있다. 이재민을 수용하기도 모자란 상황에 반려동물 반입은 공간 낭비라는 것. 이들은 “반려동물 대피소를 왜 정부에 하소연하냐? 당신들에게는 가족같은 동물인지 모르지만 다수에 사람들에게는 그냥 개나 고양이다”(drag****), “반려동물 있을 공간에 사람을 더 보호해야지. 어이 없네”(chee****), “너한테만 가족이지 남한테는 가족이 아니다. 개인 벙커를 만드시던가. 아님 애완동물 단체에서 돈 모아서 동물 가능한 대피소를 설치하는 게 맞다”(jcom****) 등의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20일 동아닷컴에 “현재 9곳의 대피소 중 한 곳도 애완동물을 반입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애완동물 반입 자체를 논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대피소를 ‘반려동물 출입 가능’ 대피소로 지정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완전히 개방된 공간인 대피소에는 많은 사람이 함께 거주하고 있지 않나”라며 “대소변 문제, 전염병 문제 등 때문에 동물 반입 여부를 검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람들의 위생이 최우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