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속옷 끈을 손가락으로…” 양산의 한 여고에 붙은 대자보, 무슨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7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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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선생님들과 똑 같은 하나의 ‘인격체’입니다. 선생님들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경남 양산시 Y여고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폭언과 성희롱에 가까운 행동을 했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파문이 일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진상조사와 감사에 나섰다.

27일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25일 오후 이 학교 교내 2곳에 전지(가로 84.1㎝, 세로 118.9㎝) 3장씩 대자보가 붙었다. 학생이 직접 쓴 것으로 보인다.

대자보에는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치마로 복도를 닦아봐라’, 과제를 늦게 낸 것을 사과하러 가자 ‘신발로 뺨을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느냐’며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있다. ‘병신 년’ ‘대가리(머리)를 깨버리겠다’는 말을 교사들이 했거나, 속옷 끈을 손가락으로 건드리기까지 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대자보는 또 “몇몇 선생님은 ‘너는 농담으로 한 말에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니?’라고 되물었다. 선생님들은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장난으로 한 말에도 피해자는 상처를 입는다’고 가르쳤다. ‘농담’과 ‘언어폭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성희롱과 모욕적인 언행을 견뎌야 할 정도로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제발 말을 내뱉을 때, 사소한 행동을 할 때에도 상대가 어떻게 느낄지 한번쯤 생각해 달라”고 마무리했다.

대자보 내용에 상당수 학생이 동감을 표하면서 학교가 크게 술렁이자 학교장은 이튿날 오전 9시 반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체육관에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3학년 학생 일부를 제외하고 전교생 1000여 명 가운데 약 700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변명에 불과하다” “왜 사건을 무마하려 하느냐”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에는 학교 총학생회장 명의로 다른 대자보가 체육관 근처에 붙었다. 대자보는 “학생 인권과 교권 사이에 벌어진 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과 교사 모두 차분하게 대응하고 (해당 교사의) 사과를 받을 부분은 받은 뒤 정리하자”고 제안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날 “학생 전수조사 결과 관련 교사와 피해학생이 복수로 나타났다. 매뉴얼에 따라 신고를 했다. 경찰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학생 학부모에게는 사과문을 보내고 학교 어머니회 간담회도 마련할 계획이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엄중 조치하도록 감사관실에 지시했다.

양산=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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