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씨(72)에 대해 법원이 1심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18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씨의 대작 그림을 팔아 이익을 챙긴 혐의로 함께 기소된 매니저 장모 씨에 대해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조영남 씨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화가 송모 씨(62) 등 2명에게 그림을 대신 그리게 한 뒤 살짝 덧칠을 하고 자신의 서명을 한 뒤 17명에게 그림 21점을 팔아 1억5350여만 원을 챙긴 혐의로 2015년 6월 불구속 기소됐다. 자신의 소속사 대표이자 매니저 장 씨와 함께 2015년 9월부터 지난해 4월 초까지 3명에게 대작그림 5점을 팔아 2680여만 원을 챙긴 혐의도 있다.
검찰은 조 씨가 송 씨 등에게서 완성된 그림을 받았음에도 평소 방송이나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린다고 한 점 등을 토대로 사기죄를 적용,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조영남 측은 조수를 쓰는 것이 대작이 아닌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조영남 측은 “미술 분야에서는 상당 부분 조수를 쓴다. 모든 작품의 아이디어는 조 씨가 낸 것”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지난해 한국미술협회와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등 11개 미술 단체에서는 “조수를 쓰는 것은 관행이 아니다”라며 조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가 각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송 씨 등이 작품에 기여한 정도를 볼 때 조수라기보다 작품에 독립적으로 참여한 작가로 봐야 한다며 조 씨의 행위는 사기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창작적 표현을 다른 사람이 한 작품을 자신의 작품으로 판매하는 거래 행태는 우리 미술계의 일반적 관행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그림 구매자 입장에서 작가가 창작 표현까지 전적으로 관여했는지 여부가 구매 판단이나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조 씨의 행위가 구매자를 속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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