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살해’ 부인 내연남 무기징역…“이쑤시개로 찍어 먹었을 뿐인데 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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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9월 8일 0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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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틴 원액 (동아일보DB)
니코틴 원액 (동아일보DB)
니코틴 성분을 이용해 남편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인과 내연남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의정부지방법원 형사 11부(부장판사 고충정)는 7일 열린 이른바 ‘니코틴 살인 사건’ 선고공판에서 부인 송모(48·여)씨와 내연남 황모(47)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송씨와 황씨는 지난해 4월22일 경기 남양주시 자신의 집 방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편이 잠 든 사이 니코틴 원액을 주입시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의 법의학 실험을 담당한 이정빈 가천대 의과대학 법의학과 석좌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니코틴 먹고 자살한 케이스가 외국에는 있는데 타살은 없다"며 명확한 증거를 찾기 위해 직접 상황을 재연해 실험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담배를 안 피우던 사람의 혈액에서 고농도의 니코틴이 나온 것은 먹였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거다. 피워가지고는 그렇게 안나온다. 제가 담배 열 개피 계속 피워봤는데 니코틴 얼마 안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니코틴이 쓰다길래 물성을 찾아 봤더니 쓰다고 안 돼 있더라"며 "그래서 우선 니코틴을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니코틴 원액을 사서 내가 한번 먹어봐야 되겠다 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에서 구해준 니코틴 원액을 물에 희석 시켜서 혓바닥에 대봤는데 맛을 모르겠더라. 그런데 몇 시간 있다가 침이 나오면서 구역질이 나기 시작하는데 죽겠더라. 구역질이 나고, 토했다. 이쑤시개 끝에 딱 찍어서 하나 했는데, 그것도 한 40배, 50배 희석 해서 먹었는데 그랬다"고 경험을 전했다.

이 교수는 "야, 이거 봐라. 먹을 수는 있는데 굉장하다. 그러면 이제 믿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실험을 하자. 그래서 좀 큰 실험이니까 관계 위원회가 알려준 절차에 따라 개를 구해 용량별로 먹이는 실험을 했다"며 "그런데 이 사건에서 사용한 양의 반의 반의 반도 안 되게 줬는데도 개가 죽는 거다. 이건 뭐 딱이다 딱.다 나왔다"고 실험 과정을 설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황씨는 살인의 기술, 살인의 방법, 니코틴 치사량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등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고,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119신고나 적절한 응급처치 또는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상조회사에 연락했다”며 “이런 여러 정황들을 보면 피고인들이 공모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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