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2021대입… ‘공자말씀 컨설팅’ 한번에 30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現 中3 수능-내신 절대평가 가능성
불안한 학부모들 “일단 상담 받자”… 대치동 학원가 컨설팅 예약 몰려
“뻔한 학생부 얘기 늘어놔” 불만


“이번 주는 예약이 어렵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오후 4시 가능합니다.”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A학원에는 전화벨 소리가 10분마다 울렸다. 상담을 하러 찾았다가 일주일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다른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학부모도 적지 않았다. 학원 관계자는 “대치동 대입 컨설팅 업계가 극성수기를 맞았다”며 “다른 곳도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2021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이 현 정부 내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그해 대학에 들어가는 중학교 3학년과 재수를 하게 되면 같은 처지가 되는 고등학교 1학년생을 중심으로 대입 컨설팅 열풍이 불고 있다.

A학원은 4월 주말 평소 5회 수준이던 맞춤형 컨설팅을 지난주 32회 진행했다. 두 달 전보다 6배 이상으로 많아진 것. 대치동 B학원도 최근 한 달간 컨설팅을 받은 학부모가 전달에 비해 8배로 늘었다. 컨설팅 예약 문의가 많아지자 한 학원은 아예 단기 계약을 맺고 컨설팅 전문 강사를 외부에서 데려오기도 했다.

수요가 많아지면서 가격대도 올랐다. 강남구 C학원은 지난해까지 20만 원 수준이던 컨설팅 비용을 조금씩 올려 최근 30만 원으로 책정했다. C학원장은 “상황은 불확실한데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지면서 불가피하게 비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3회 컨설팅 및 유학 상담, 적성검사, 맞춤형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이뤄진 프로그램은 70만 원대인 것도 있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어느 때보다 급격한 입시 변화를 앞둔 학부모와 학생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일단 컨설팅을 받아 보자’고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 주말 30만 원을 주고 컨설팅을 받았다는 정모 씨(45·여)는 “중3 아들이 고등학교에서 반 성적을 적어도 3등 안으로 끌어올리고, 눈에 띌 만한 학생회 활동 2개 이상을 해야 속칭 SKY대 합격을 노려볼 만하다는 게 컨설팅의 핵심이었다”고 했다. 정 씨는 “남편은 ‘밥 먹으면 배부른 것처럼 당연한 소리’라고 했지만 너무 불안해서 상담을 안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실한 컨설팅에 불만을 표시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았다. 이모 씨(47·여)도 “전략적 학생부 활동에 대해 조언을 받았는데 아이의 적성과 전혀 달라 실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반면 비용 대비 상담 내용이 부실했어도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 자체만으로 안정감을 얻게 됐다는 학부모도 있었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상담 과정에서 자녀의 성적에 따른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원했다. 상위권 학생은 특목고 진학 및 유학 상담을, 중위권 학생은 학생부 활동을 적극 활용한 상위권 대학 진학 전략을 물어봤다. 올해 중간고사를 망친 고1과 학부모는 자퇴해야 하는지 묻는 경우도 많았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대입#컨설팅#수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