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군은 떠났는데…‘홍준표 사람들’ 거취 관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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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제 공무원-산하기관장 10여명, 사퇴의사 안 밝혀 ‘자리보전’ 논란
새정부 출범후 거취 가닥 잡힐 듯

‘주군(主君)은 떠나도 가신(家臣)은 남는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62)가 재직 시절 임용한 임기제 공무원과 출자출연기관장, 산하기관 간부들의 거취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홍 전 지사는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공직자 사퇴 마감 시한인 9일 심야에 사표를 던져 도지사 보궐선거를 무산시켰다. 이 때문에 이들 측근의 ‘자리보전’이 가능해졌으나 과연 적정한 처사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홍 전 지사 시절 채용한 공기업, 출자출연기관의 대표와 간부는 10여 명. 상당수는 임용 당시에도 시비가 있었다. 국회의원을 지낸 조진래 경남개발공사 사장(52)은 홍 전 지사의 대표적 측근이다. 경남도 정무부지사, 정무특보를 거쳐 20대 총선에 나서려다 탈락한 뒤 다시 공사 수장이 됐다. 개발업무와 거리가 있는 변호사 출신이다. 임기는 2019년 4월 4일까지다.

경남도의원 출신인 백상원 경남항노화㈜ 대표(53) 역시 홍 전 지사 주변 사람으로 꼽힌다. 전문성과 큰 관계없이 경남개발공사 이사, 경남로봇랜드재단 원장을 거쳐 지난달 10일 현재의 자리를 꿰찼다. 박태훈 ㈜경남무역 사장(56)도 홍 전 지사가 물러나기 열흘 전인 지난달 29일 연임 발령을 받았다. 백 대표와 박 사장의 임기는 2019년 3월까지다.

지난달 중순 임용절차를 밟은 이성주 신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62)은 홍 전 지사가 떠나고 보름가량이 지난 26일 발령을 받았다. 공무원 출신인 이 원장은 홍 전 지사의 2014년 도지사 선거를 도왔으나 문화예술분야 전문가는 아니다. 역시 2019년까지 직을 맡게 됐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유성옥 경남발전연구원장(60)은 홍 전 지사의 고려대 동문이다. 국가정보원을 거쳐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유 원장은 지역정책 개발이나 경제, 산업 분야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 홍 전 지사 대선 캠프에서 안보 분야를 자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계속 근무하고 있다. 조영파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 대표(71), 이광시 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66), 남창현 가온소프트 대표를 비롯해 임기가 1년 안팎으로 남은 출자출연기관장 가운데 사퇴 의사를 밝힌 사람은 없다.

홍 전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좌관을 지낸 나경범 경남도서울본부장(52)도 출근을 계속한다. 홍 전 지사의 ‘정치 심부름’을 도맡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잔류 기간이 길어지면 비판 여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급 별정직 조규일 서부부지사(53)의 행보도 주목 대상이다. 홍 전 지사와 윤한홍 전 행정부지사(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의 신임을 얻은 조 부지사는 서부권개발국, 농정국, 환경산림국, 인재개발원을 관장하고 있다. 과거 도의회 업무에 주력했던 정무부지사 역할과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류순현 도지사 권한대행 행정부지사가 “조 부지사는 (나가지 못하도록) 붙잡아야 할 형편”이라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청 주변에서는 “산하 기관장과 간부, 일부 공무원의 거취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여영국 경남도의원(정의당)은 “정무직은 임명권자와 진퇴를 같이하는 것이 상식이자 도리”라며 “홍 전 지사를 정치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측근들은 책임을 지고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여 의원은 곧 열릴 도의회 임시회의에서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할 예정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홍준표#홍준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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