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능 중하위권, EBS강의 효과 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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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발원-서울대팀 분석

대학수학능력시험이 EBS 교재와 70% 연계돼 출제되면서 많은 학생이 EBS 수능강의를 시청하고 있지만 EBS 수능강의 수강이 수능 점수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6일 길혜지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과 백순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가 최근 교육평가연구에 발표한 ‘성적분위와 거주지역별 EBS 수능강의 수강이 수능 점수에 미치는 차별적 효과 분석’에서다. 이에 따르면 EBS 수능강의를 수강한 학생의 수능 수학과 영어 성적이 미수강 학생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BS 수능강의 수강’은 TV나 PC 등으로 동영상 강의를 시청한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일반고에 재학한 고교생 4689명의 2008∼2010년 고교 재학 3년 동안 수집된 개인·학교 배경 자료와 이 학생들이 2011학년도 수능에서 받은 표준점수를 활용해 학생의 성적분위와 거주 지역에 따라 EBS 수능강의 수강이 실제 수능에서 수학과 영어 성적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했다.

수학의 경우 EBS 수능강의 수강 학생은 미수강자에 비해 표준점수가 2.108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대별로 나눠 보면 수능 2등급 정도인 상위 10%를 제외한 나머지 성적대에서는 EBS 수능강의를 수강한 학생이 1.789∼2.366점 떨어졌다.

영어도 수강자가 미수강자에 비해 평균 1.539점 낮은 점수를 받았다. 중상위권 학생들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하위 10%, 20%, 40% 등 성적이 중위권 이하인 학생들이 EBS 수능강의를 수강했을 때 미수강자에 비해 점수가 1.756∼2.629점 낮았다.

연구진은 “평균적으로 봤을 때는 EBS 수능강의 수강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결국 EBS 수능강의를 들을 시간에 다른 방식으로 공부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성적과 거주 지역과 학생 상황 등에 따라서는 성적을 올리는 데 효과적인 공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학의 경우 성적 하위 20% 정도이면서 중소 도시에 거주하는 학생이 이 강의를 들었을 때 같은 조건의 서울 학생에 비해 수능 점수가 무려 5.073점 높았다. 영어는 대략 수능 3등급 정도를 받는 상위 20% 정도의 학생이라면 서울에 거주하는 학생보다 중소 도시와 읍면 이하 지역 거주 학생들이 EBS 수강의 효과가 컸다. 서울 학생보다 중소 도시 학생은 3.734점, 읍면 이하 지역 거주 학생은 4.611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진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학생들보다 사교육의 혜택을 적게 받는 중소 도시나 읍면 이하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EBS 수능강의는 학교 간 교육격차, 지역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 부분적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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