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치닫는 구제역, 파악도 못한 황교안 대행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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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가지 다른 유형 첫 동시 발생… 경보 최고 단계-가축시장 폐쇄
백신 65만개 부족해 2주 방역 공백… 황교안, 실상 모른채 “주내 접종 끝내라”

각각 두 종류씩의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동시에 창궐한 사상 초유의 ‘멀티 바이러스’ 사태가 닥쳤지만, 국가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백신 수급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고가 부족해 구제역 백신을 급하게 수입할 처지에 놓였는데도 황 권한대행은 “이번 주에 백신 접종을 마치라”며 엉뚱한 지시를 내렸다.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말 AI 사태 때처럼 또다시 초기 대응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칫 피해 규모가 3조 원에 육박했던 2010년 구제역 사태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황 권한대행은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백신 접종이 금주에 완료될 수 있도록 철저하고 신속하게 실시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정부가 가진 백신 물량으로는 일제 접종이 어려워 긴급 수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발표는 8일 의심 신고된 경기 연천군의 젖소 농가에서 A형 구제역 바이러스가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A형 구제역은 충북 보은군과 전북 정읍시에서 확인된 O형과 다른 유전자형이다. 두 종류가 동시에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O형과 A형을 모두 방어하려면 정부가 현재 보유한 백신(190만 개)보다 65만 개가 더 필요하다.

농식품부는 부족한 백신 수량을 외국에서 긴급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수입 물량이 국내에 들어오는 시간(최소 일주일)에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는 시간(1∼2주일)까지 고려하면 2주 이상 방역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연천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다른 종류라는 것을 회의가 끝난 뒤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상황이 악화됐다는 게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졌는데도 총리실에서는 별도 조치사항을 내놓지 않았다. 상황 대처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식품부는 9일 오후 구제역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이날 충북 보은에서는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농장에서 1.3km가량 떨어진 곳에서 의심 신고가 추가로 접수되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 경보를 발령한 것은 2010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지역 간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18일까지 전국 가축시장을 폐쇄하는 한편 살아있는 가축의 이동도 금지하기로 했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우경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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