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불났는데 “대기하라” 승객 탈출중인데 “대피하라”

  • 동아일보

잠실새내역 화재 부실대응 논란

22일 오전 6시 반경 잠실역을 출발해 플랫폼으로 진입하던 전동차에 화재가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신천역)에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불에 그을린 차체 등을 살펴보고 있다. 송파소방서 제공
22일 오전 6시 반경 잠실역을 출발해 플랫폼으로 진입하던 전동차에 화재가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신천역)에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불에 그을린 차체 등을 살펴보고 있다. 송파소방서 제공
 새벽 시간대 서울 지하철 전동차에서 불이 나 승객 1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서울메트로의 사고 대응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22일 소방당국과 서울메트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28분 서울메트로 소속 2036호 열차가 2호선 잠실역을 출발해 잠실새내역(옛 신천역) 플랫폼으로 진입하던 도중 멈춰 섰다. 10량 열차의 9번째 객차까지 들어선 직후였다. 2분 뒤 차량을 제 위치에 세우고 열차 밖을 내다본 기관사는 앞에서 2번째 차량 아래쪽에서 불꽃과 함께 연기가 나는 것을 발견했고, 부역장이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불은 소방관 등에 의해 약 30분 뒤 꺼졌다. 전동차 일부와 스크린도어가 탔고, 역 근무 직원 1명이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아프다”며 병원을 찾았다. 지하철은 1시간 10분가량 운행이 중단됐다.

 열차가 멈춘 직후 기관사의 지시를 받은 차장이 “전동차 안에서 기다리라”는 안내 방송을 반복한 것을 두고 “불이 났는데 차 안에 승객들을 붙잡아 놓은 게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고 직후 불꽃과 연기를 발견한 탑승객 6, 7명이 대피 방송 전 이미 수동 레버를 이용해 전동차 문을 열고 대피하기도 했다. “해당 열차에 타고 있었다”는 한 누리꾼은 “열차 안으로 연기가 들어오는데도 아무 조치가 없어 비상문을 열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열차 차장이 10번째 객차의 승객들을 대피시킨 뒤 열차를 살폈을 때 이미 다른 객차의 승객 대부분은 몸을 피한 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연기가 나는 것을 본 뒤 바로 대피 방송을 하는 등 매뉴얼을 따랐다. 초기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열차 차장은 이날 6시 29분 “차량 고장으로 비상 정차해 조치 중이니 코크(비상 손잡이) 및 출입문을 열지 말고 안전한 차내에서 잠시 기다려 달라”고 3차례 안내 방송을 했다. 이후 화재가 확인되자 6시 31분경 바로 “출입문을 열고 즉각 대피하라”고 방송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사고 15분 전 이 열차가 강변역 인근에서 전기 공급 중단으로 몇 분간 멈췄지만 제대로 정비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기관사는 상황만 살핀 뒤 다시 열차를 출발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통상적인 상황”이라며 “잠실새내역 사고와의 관련 여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는 이번 사고가 열차 아래 단류기(과전류를 차단하는 장비)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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