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정부지원 제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8)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이 17일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인 김기춘 전 실장은 이날 오전 9시46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도착 아무런 말을 남기기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검은색 양복을 입고 굳은 얼굴로 기자들 앞에 선 김 전 실장은 "아직도 최순실씨를 모른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냐"는 등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닫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김기춘 전 실장의 지시로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리스트는 정부에 비우호적인 문화계 인사 약 1만명이 명단이 포함됐으며 이들을 각종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기춘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를 보거나 작성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 전 실장에 앞서 조윤선 장관은 이날 오전 9시 15분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블랙리스트 작성·전달에 관여했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진실이 특검 조사에서 밝혀지기를 기대한다"는 말만 남기고 조사실로 향했다.
조윤선 장관 역시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됐다. 그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외에 위증 혐의를 받고 있다.
블랙리스트는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작성해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내려가 실행됐는데,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한 조윤선 장관이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줄곧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모른다고 부인하더 조윤선 장관은 지난 9일 최순실게이트 국조특위 청문회에 두 번째 출석해 "예술인들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며 리스트의 존재는 인지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블랙리스트를 직접 본 적은 없고 작성 경위나 전달 경위는 알지 못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특검은 이날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을 상대로 조사를 한 후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12일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구속했다.
특검은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을 상대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 과정을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역할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5일 "박 대통령이 명단(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정황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의혹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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