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원장이 자신의 자녀 이름으로 된 ‘아이행복카드(보육료 결제카드)’로 원생 수십 명의 보육료 7200만 원을 결제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보육료 허위 청구를 막기 위해 2009년 도입한 보육료 카드 결제 시스템에 허점이 발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이천시의 한 어린이집 원장 A 씨(37·여)를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A 씨는 자녀 명의로 된 ‘아이행복카드’ 2장으로 지난해 7월 4일부터 8월 1일까지 원생 51명의 보육료 약 7200만 원을 290여 차례에 걸쳐 부정결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수개월 치 보육료를 선결제하거나 개인사정으로 내지 못한 원생들의 보육료를 직접 결제한 뒤 카드사에서 받은 돈을 생활비 등에 썼다. A 씨는 한 보육교사가 문제를 제기하자 지난해 8월 카드 결제를 일괄 취소했다. 그러나 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취소한 금액을 받지 못한 카드사들이 수사를 의뢰해 부정행위가 드러났다.
‘아이행복카드’는 0∼5세의 취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육료나 유아학비(22만∼40만 원)를 월 1회 이용할 수 있는 카드다. 보건복지부나 읍면동 주민센터에 신청한 후 우리카드, 신한카드 등 7개 카드사로부터 체크 혹은 신용카드 형태로 발급받게 된다. 학부모가 이 카드로 보육료를 결제하면 카드사가 어린이집에 교육비를 대납하고 다음 달 사회보장정보원이 해당 금액을 카드사로 보전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어린이집 원생 수에 맞게 보육료를 매달 사회보장정보원에 예탁해 놓는다.
문제는 학부모-카드사-사회정보원-지자체 사이에서 ‘아이행복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구멍이 있다는 게 확인됐다는 것이다.
우선 어린이집 행정시스템인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서 1장의 아이행복카드로 자신의 아이뿐 아니라 복수의 여러 아이까지 결제가 가능한 게 확인됐다. 또한 이천 어린이집처럼 B카드사로부터 아이행복카드를 발급받아 결제해 대금을 선지급받은 후 이 카드를 해지해 버리고, C카드사로부터 다시 ‘아이행복카드’를 발급받아 결제하면 이중으로 보육료를 받게 된다. 카드사끼리 중복 지급 여부가 체크가 안되는 것이다.
정보원 측은 “아이행복카드는 부모 외에 삼촌 등 해당 아동과 연관된 사람은 누구나 발급받아 결제할 수 있도록 만들다 보니 타인의 아이의 것을 결제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며 “하지만 보육료를 여러 번 결제해도 결국 아이 1명분만 정부가 지급하기 때문에 보육예산의 누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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