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패딩 관심?…전문가 “최순실 아바타 돼 주인 행세하고 싶은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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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월 9일 1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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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방송 화면 갈무리
사진=JTBC 방송 화면 갈무리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정유라 씨의 패딩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면서 범죄자의 패션, 일명 ‘블레임룩’ 현상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

황상민 심리학 박사(황상민 심리상담소 소장)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블레임룩에 대해 “대중의 입장에서는 범죄자에 대한 궁금증을 1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단서가 그 사람의 옷이다. 한국인들은 유명인 뿐 아니라 범죄자도 특별한 옷을 입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현재 우리는 정유라 씨의 엄마 최순실 씨나 아버지(정윤회 씨)가 돈이 엄청 많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다. 금수저가 아니라 다이아몬드수저 정도라고 생각하니까 ‘뭔가 특별한 옷을 입고 있을 거다’라는 호기심이 있다”며 “단순히 부자라는 사실 외에도 유명세 측면에서 본다면 대통령을 이모로 생각하고 엄마(최순실 씨)가 사이비 대통령 노릇을 한 사람이니까 뭔가 다르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있다)”고 부연했다. 대중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사람에게 독특한 점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블레임룩 현상은 이러한 대중의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라는 것.

문제는 대중이 자신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들의 패션을 쉽게 따라한다는 것이다. 황 박사의 말에 의하면 과거 탈주범 신창원이 입었던 무지개색 티셔츠도 동대문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품목이 되었으며, ‘학력 위조’ 논란을 일으켰던 신정아 씨의 패션도 주목받은 바 있다.

이러한 대중의 심리에 대해 황 박사는 “한국인들은 (그들이 입었던 옷을 입을 때) ‘이거 신정아가 입었던 거야’라고 말하며 본인이 그 정도 급의 인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연예인이나 범죄인이 입었던 옷을 입으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심리가 잘 드러난다”며 “범죄자더라도 (대중에게는)상관없다. 유명하고 잘난 사람이니까 적어도 내가 그 사람 옷을 입기만 하면, 그 사람만큼은 될 거라고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표현한다. 이런 마음 편한 심리가 지금 대한민국 대중한테 아주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황 박사는 “(한국인들은)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으니까 유명한 누군가를 통해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약간의 아바타 심리나 좀비심리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을 노예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옷을 입으면서 자신을 주인님이라고 생각해본다. 상당히 역설적이다. 이런 한국인의 심리는 상당히 재미있는 심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외국에는 없다. 외국인들은 ‘나는 나다, 쟤하고 비슷하게 보이는 게 너무 싫어’라는 마음을 뚜렷하게 표현하지만, 우리는 유명인의 특성보다 보여지는 모습만 모방하면서 ‘나도 저렇게 될 거다’라고 믿는 경향이 더 강하다”며 “진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되는 문제가 무엇인가. (대중은)범죄의 핵심이 뭔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나중에는 알려고 하지도 않고, 이런 식으로 쉽게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김은향 동아닷컴 수습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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