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담 끝낸 가정중 33%, 이혼신청 사실상 취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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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법 미술심리치료 도입 4년째
2015년 이혼가정 48% 미성년 자녀… 법원 “아이 불안감 해소에 초점”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이혼한 가정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정은 거의 절반인 48.4%다. 이혼 가정의 미성년 자녀들은 정신적으로 성숙하기 전에 부모가 헤어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심각한 정신적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김현민 상담위원(44·여)은 “아직 이혼에 이르진 않았어도 이혼 위기에 처한 가정의 아이들은 부모의 이별에 스스로 죄책감을 갖거나 두려움과 분노, 우울감 등의 감정을 느낀다”며 “가출이나 자살 시도 같은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2014년 7월 서울서부지법은 부모의 협의이혼 신청으로 가족 해체 위기에 직면한 자녀들을 대상으로 미술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태종 법원장(57)은 프로그램 도입 이유에 대해 “재판을 통한 이혼뿐만 아니라 협의이혼 가정에서도 미성년 자녀의 복지는 매우 중요한 가치”라며 “이들을 배려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법원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서부지법은 심리상담사들의 도움을 얻어 법원 2층에 미술도구를 갖춘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혼 가정 자녀들이 미술치료 과정에서 보이는 다양한 행동패턴을 분석하면 단절된 가족관계를 복원하는 단초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서부지법 나상훈 판사는 “지난해 90가족가량이 상담을 마쳤거나 진행하고 있다”며 “상담을 끝낸 49가족 중 이혼 신청을 취하하거나 사실상 취하한 가정이 16가족으로 32.6%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혼에 합의한 부부라도 미술심리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우 자녀들을 위해 부모로서 서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원은 앞으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교감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혼 충격에 신음하는 가족의 정서적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초점이다. 이 법원장은 “이혼의 직접적 피해자인 아이들이 받는 좌절감은 사회에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물리적으로 이혼을 막을 순 없지만 법원도 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미술심리치료#이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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