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한 형사재판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참관한 피해자와 가족들이 예상보다 낮은 형량과 무죄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불거진 지 약 5년 반 만에 처음으로 제조사 관계자들의 유죄를 인정한 형사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이날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69)에게는 징역 7년, 신 전 대표에 이어 옥시 대표를 지낸 존 리 전 대표(49)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2011년 4년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뒤 약 5년 반 만에 첫 형사재판 선고가 나왔지만, 피해자와 유족들은 실망감과 울분을 토해냈다.
유족과 방청객들은 “대한민국에 정의가 있는가”, “아이가 죽었는데 솜방망이 처벌이다”라며 오열했다. 일부 가족은 실신 직전에 이르기도 했다. 특히 한 유가족은 존 리 전 대표의 무죄 선고에 “존 리,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외치기도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도 재판 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신 전 대표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는데 그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형이 선고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재판부는 신 전 대표에 대해 “살균제 원료 물질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았고 실증자료가 없는데도 ‘아이에게도 안심’이란 거짓 문구 등을 용기 라벨에 표기해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신 전 대표에게 선고된 징역 7년형은 업무상과실치사상과 표시광고법위반 혐의를 합쳤을 때 가능한 법정 최고형이다.
존 리 전 대표에 대해서는 “(리 대표) 재직 당시 옥시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안전성이나 라벨 표시문구가 거짓임을 의심할만한 보고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직접 보고관계에 있던 외국인 임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일부 직원들의 추측성 진술만 있다”고 설명했다.
신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된 전 옥시 연구소장 김모 씨와 현직 소장 조모 씨는 모두 징역 7년, 선임연구원 최모 씨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옥시 법인에게도 표시광고위반법 최고형인 벌금 1억5000만 원을 선고했다.
사망 14명 등 27명의 피해자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 ‘세퓨’의 제조사 오모 전 대표(41)에게도 징역 7년이 선고됐다.
가습기 살균제를 자체브랜드 상품으로 출시해 판매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간부들도 이날 중형을 선고받았다.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66)와 김모 전 홈플러스 그로서리매입본부장(62)에게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인정돼 각각 금고 4년과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