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온 독감, 초중고 10명중 1명꼴 ‘콜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올겨울 독감 대유행 조짐

 주부 김모 씨(37)는 딸(8)의 체온이 38.2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자 14일 오전 8시 반 서울 종로구 옥인동의 한 소아과를 찾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헉’ 소리를 냈다. 마스크를 쓴 아이 30명이 병원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줄지어 앉아 있었다. 대부분이 독감(인플루엔자) 의심 환자였다. 1시간 반 후 딸 진료를 마치고 떠나는 김 씨의 뒤에서 간호사가 푯말을 붙였다. ‘오늘 환자가 많아 오전 진료 대기를 오전 10시에 마감합니다.’

 올겨울 독감이 대유행할 조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4∼10일 병원을 찾은 외래 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가 34.8명으로 직전 한 주(13.3명)의 2.6배로 증가했다고 15일 밝혔다. 유행 기준(8.9명)의 4배에 가까운 수치다. 독감 의심 환자 비율이 해를 넘기기 전에 30명을 넘은 것은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이후 처음이다. 특히 7∼18세의 독감 의심 환자 비율이 107.8명으로 가장 높았다.

 일선 학교엔 독감으로 인한 결석이 속출하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달 1∼14일 관내 초중고교 1303곳 중 577곳에서 총 7284명의 독감 환자가 발생했다. 서울 지역 학교 10곳 중 4곳꼴로 독감이 발생한 셈이다. 국제학교 한 곳을 제외하면 아직 휴교한 곳은 없지만 학교 측은 “독감이 의심되는 경우 진단서를 제출하면 2, 3일 결석해도 학적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라는 통신문을 가정에 보내는 등 바이러스 전파 차단에 힘쓰고 있다. 보건 당국은 학교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기로 했다.

 독감이 급속히 확산되자 강원도교육청은 독감에 걸린 초중고교생에게 ‘등교 중지’ 조치를 내렸다. 15일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학교장 판단 아래 독감 확산 방지를 위해 등교 중지시킨 학생은 이날 기준 81개 학교 470명이다. 등교 중지는 보건법에 따라 학교장이 판단해 감염병 학생에게 등교하지 말라고 조치를 하거나 학부모가 진단서 등을 첨부해 제출하고 미등교하는 경우로 출석으로 인정된다.

 이번 독감이 유난히 기승을 부리는 원인은 ‘해외로부터 바이러스 유입→춥고 건조한 날씨→방학 시작 전 유행 시작’의 연쇄 작용으로 추정된다. 중국 일본 등에서 지난달 중순 시작된 독감 유행의 여파가 국내로 전달됐고, 최근 기온이 평년보다 0.5∼2.5도 낮고 습도가 10%포인트가량 떨어져 독감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독감 예방접종을 할 것을 권했다. 항체 형성에 2∼4주가 걸리지만 예방률이 70∼90%에 이르기 때문이다.

조건희 becom@donga.com / 춘천=이인모 기자
#독감#대유행#환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