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난 高3들 “꿈 좌절됐다, 하야하라” 촛불집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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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보신각앞 100여명 모여 “박탈감 안겨준 대통령규탄 동참”
19일 ‘4차집회’ 8개경로 행진 추진… 경찰 “3차때와 같은 구간만 허용”

17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박근혜 하야 고3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곳에는 이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도 대거 참가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7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박근혜 하야 고3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곳에는 이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도 대거 참가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17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들이 스케치북을 찢어 만든 엉성한 종이에 적은 글은 ‘꿈이 좌절됐다. 대통령은 하야하라’였다. 촛불을 나눠 켠 학생들은 바닥에 앉아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청소년 단체인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은 수능 직후 보신각에서 ‘박근혜 하야 고3 집회’를 진행했다. 당초 경찰에 신고한 집회 인원 350명에 한참 못 미치는 100여 명이 모이는 데 그쳤지만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는 인근 광교 사거리까지 들렸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여학생은 “조퇴나 결석을 하면 내신이 불리해져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까 봐 아무리 아파도 꾹 참고 조퇴하지 못했지만 1년 내내 17일만 출석한 정유라(최순실 씨의 딸)는 내가 꿈꾸는 학교에 진학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처를 지나던 어른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수험생들의 발언을 경청했다. 학생들의 발언을 묵묵히 듣던 한 50대 남성은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우리가 미안하다”고 외치기도 했다.

 예일여고 3학년 전영미 양은 수능을 마친 오후 5시경 친구 5명과 함께 1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 이곳에 왔다. 그의 주머니에는 가채점도 미처 하지 못한 수험표가 들어 있었다. 전 양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곳에 왔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던 부모님이 내심 서운해하시는 것 같았지만 ‘잘하고 오라’고 격려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어른들 말씀만 잘 듣고 공부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무너졌다”고 허탈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같은 학교 3학년 정은서 양도 “12일 3차 촛불집회에 많은 중고등학생이 참여했는데 함께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수능이 끝나자마자 달려왔다. 목소리를 내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촛불집회를 이끌고 있는 박근혜퇴진비상국민행동은 19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연 뒤 오후 7시 30분부터 청와대 인근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국립현대미술관 앞까지 8개 경로로 나눠 행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3차 촛불집회 때처럼 내자동 로터리, 율곡로 남단까지만 행진을 허용했다. 주최 측은 “100만 촛불 민심을 읽지 못했다”며 18일 제한 통보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기로 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최순실#정유라#부정입학#수능#하야#탄핵#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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