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기운 모아”… 수능 응원도 정국 풍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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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대박났나” 피켓… ‘최순실게이트 영역’ 문제지 등장

  ‘최순실 게이트’ 풍자는 17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원 현장에서도 나타났다. 후배들은 선배 수험생들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에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그리고 그의 딸 정유라 씨(20)를 절묘하게 비꼬는 문구를 담았다.

  ‘우리는 시국선언! 형은 합격선언!’(광주 광덕고), ‘Siri(순실)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서울 서문여고), ‘온 우주가 도와 재수 없음’(재수하지 않고 한 번에 대입 성공 기원·충북 청주 산남고), ‘2016년 헬게이트 시험’(어려운 시국에 시험 응시·전북 전주 기전여고) 등이다.

 서울 송파구 가락고 시험장에서는 창덕여고 학생들이 ‘우주의 기운을 모아 수능 대박∼!’이라는 글이 적힌 팻말을 들고 선배들을 응원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고에서는 서문여고 학생들이 준비한 ‘이러려고 대박 났나, 만족감 들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4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까지 들어”라는 발언과 함께 우주, 혼 등 그동안 박 대통령이 사용했던 어휘를 풍자한 것이다.

 서울 자양고 학생회는 검찰 조사를 미루고 있는 박 대통령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검찰을 비웃듯 ‘최대한 정답에 접근혜’란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응원했다. 최 씨 모녀의 사진을 놓고 그들이 ‘차움 학파(學派), 새누리 공법학파, 그네학파, 떡검학파, 프라다 승마학파’ 중 어디에 속하는지 맞혀보라는 내용의 피켓도 화제가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수능 시험지를 패러디해 ‘박근혜 하야 능력평가 최순실 게이트 영역’ 문제지까지 등장했다. 국정농단 사건 주요 인물의 행적과 발언을 지문과 보기로 사용했다.

 이처럼 고교생들이 대거 패러디 응원에 나선 것은 특히 대학 특혜입학 의혹도 모자라 “돈도 실력이다. 부모를 원망해”라며 돈과 ‘백’을 자랑하던 정유라 씨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송파구의 고교 2학년 이모 군은 “우리들에게 ‘정정당당’을 가르쳤던 어른들이 특정인 한 명의 대입을 위해 총동원됐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선배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이겨낼 수 있도록 통쾌한 패러디 문구를 짜내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고교 2학년 김모 양은 “선배들이 국정을 농단한 어른들을 마음껏 비웃으며 잠깐이라도 긴장을 풀어 좋은 성적을 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피켓을 치켜들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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