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기업과 현금 투자 조건 이견… 유정복 시장 “협상 결렬” 공식 선언
인천시-투자자 책임공방으로 비화
유정복 인천시장(오른쪽)이 17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구 검단신도시 내 중동 자본 유치를 위한 협상이 최종 결렬됐음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인천시가 4조 원대의 중동 자본을 유치해 추진하려던 서구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이 무산됐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17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제1호 외자 유치 사업’에 대한 협상 결렬을 공식 선언했다.
앞서 유 시장은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두바이투자청과 투자의향 서명을 한 뒤 이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1년 8개월 만에 물거품이 됐다. 사업 무산을 놓고 인천시와 투자자 사이에 책임 공방까지 벌어지고 있다.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두바이 국영 기업인 두바이홀딩스에 자본금이 54억 원에 불과한 특수목적법인 ‘검단스마트시티코리아(SCK)’ 대신 공공기업인 ‘스마트시티두바이(SCD)’의 주도적인 참여를 요청해 왔다. 이와 함께 사업 추진을 담보할 1조 원대의 현금을 선행 투자할 것도 제시했다. 양측은 이 같은 내용의 최종 협상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지만 끝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세계 각국에서 스마트시티 건설 사업을 벌이고 있는 두바이홀딩스는 검단신도시 내 470만 m²에 쇼핑센터와 5성급 호텔, 금융센터, 전시장 및 공연장, 국제학교, 병원 및 헬스케어 클러스터, 상업구역, 주거단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외자 유치를 위해 땅 공급가를 대폭 낮추는 대신 사업이행금과 기반시설비 투자를 요구했다. 토지가 총액의 10%인 이행보증금 2600억 원을 당초 올해 말에서 1개월 정도 연장해 주는 한편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기반시설공사에 맞춰 6000억 원의 분담금을 내라고 했다. 검단신도시 개발 시행자인 인천도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도로와 상하수도 녹지 등 기반시설 공사를 위해 총 2조8000억 원을 투자하게 된다.
지난달 4, 5일 유 시장과 두바이홀딩스의 무함마드 알 게르가위 회장(UAE 내각장관 겸 미래장관)이 이런 쟁점을 놓고 최종 담판을 벌인 뒤 1개월여간 최종 실무 협상이 이어졌다. 인천시는 “그간 협상 과정을 보면 두바이 투자자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고 종합개발계획을 제출하는 등 사업을 순조롭게 추진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행보증금 납부 시기와 개발비(기반시설비) 투자 조건에 대한 수정안을 놓고 최종 협상을 벌였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2년 가까이 추진된 중동 자본 유치가 실패로 끝나면서 10년 이상 지체된 검단신도시 개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 그간 이 지역에 토지보상금 등 4조7000억 원이 투자되면서 이자만 매달 100억 원가량 내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 투자를 주도한 인천도시공사의 재정 악화를 가중시키고 있어 인천시가 사업 무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검단신도시 내 택지개발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빨리 추진하고, 이 지역 발전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도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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