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주부들도 거리로… “질서 지키자” 큰충돌 없이 마무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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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서 2차 주말집회

 교복 차림의 중·고교생,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가족, 주말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 가세했다. 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며 열린 2차 주말 촛불집회에 주최 측 추산 20만 명(경찰 추산으로는 4만5000명)이 참가했고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도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3차 주말 집회가 열리는 12일에는 민중총궐기 등 대규모 행사까지 예정돼 있어 집회 참가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 전국 각지에서 타오른 촛불

 진보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를 열었다. 농민 백남기 씨 영결식에 이어 열린 집회는 오후 4시경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오후 6시부터는 종로와 을지로를 거쳐 서울광장을 돌아 다시 광화문광장까지 오는 행진이 진행됐고 광화문 일대에는 시간이 갈수록 많은 시민이 모여들었다.

 촛불을 켜든 참가자들은 집회와 행진 과정에서 ‘박근혜는 거짓 사과를 멈추고 하야하라’, ‘못 살겠다 갈아엎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당초 주최 측에 행진 금지를 통고했지만 이날 법원이 ‘금지 통고 집행 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행진이 허용됐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7시 반을 넘기면서 20만 명가량이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경찰이 집계한 인원은 4만5000명 선이지만 경찰 역시 이날 참가자가 지난달 29일 1차 주말 집회 참가자의 4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첫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 명, 경찰 추산 1만2000명이 참가했다.

 이날 촛불 물결은 전국 곳곳에서도 일어났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대구 지역에서도 시민·사회·노동 단체 관계자 등 1200여 명이 중구 2·28기념공원에서 ‘정권 퇴진, 대구 1차 시국대회’를 열었다. 광주 금남로에서는 민주주의 광주행동 등이 촛불 집회를 열었고 부산역 광장에서도 91개 단체가 동참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가 출범했다. 울산과 제주, 경기 용인, 경북 포항 등에서도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 지지층도 “속죄하는 마음”, 12일이 ‘분수령’

 집회에는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대학생과 중·고교생 모임,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참여했다. 집회 전날 박 대통령이 내놓은 대국민 담화에 분노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직장인 황모 씨(31·여)는 “진정성 제로(0)에 구색 맞추기식 사과를 보고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왔다”라고 말했다. 정권을 옹호하던 보수층도 아쉬움을 표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온 조일권 씨(65)는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으로서 너무도 실망스러워 속죄하는 마음으로 나왔다”라며 허탈해했다. 네 살짜리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아내와 나온 직장인 홍모 씨(45)는 “야당이 ‘탄핵’이라는 말을 함부로 꺼내기 부담스러워한다면 시민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 참가자가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집회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일부 참가자가 과격한 모습을 보이려 하면 “경찰 통제에 따르자”라고 외치고 집회가 끝난 뒤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치우는 시민의식도 눈에 띄었다.

 박 대통령의 연이은 사과에도 시민들의 분노는 오히려 커지는 가운데 12일 3차 주말 촛불 집회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시민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다 민중총궐기와 전국농민대회가 예정돼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5일 영결식을 치른 고 백남기 씨는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중에 쓰러진 바 있다. 농민단체도 백 씨 사망과 쌀값 폭락 등의 문제를 놓고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측이 ‘100만 총궐기’를 외치는 가운데 경찰 관계자는 “5일 참가자의 2배 이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도형 dodo@donga.com·최지연·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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