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진피해 경주에 활기 불어넣은 동아 국제마라톤

  • 동아일보

 2016경주국제마라톤대회가 어제 천년고도(千年古都) 경주에서 국내외 정상급 선수들과 마라톤 동호인 등 8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올해 대회는 지난달 지진 발생 이후 경주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여서 관심이 집중됐다. 신라 천년의 찬란한 문화 역사가 살아 숨쉬는 시내 곳곳을 힘차게 달리는 선수들을 보면서 시민의 표정이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1994년 첫걸음을 뗀 경주국제마라톤은 한국 최초로 마스터스 부문을 도입해 마라톤 대중화에 기여했다. 마스터스 참가자들은 가는 비가 뿌리는 가운데 ‘쾌적하고 안락한 희망의 관광도시 경주로 오이소’란 현수막을 앞세워 경주에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개회식에서 동아일보사 김재호 사장은 재난 피해 복구에 써달라고 5000만 원의 성금을 최양식 경주시장에게 전달했다.

 기상청의 지진 관측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5.8) 지진이 강타한 경주는 92억여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기왓장이 깨지고 건물 벽에 금이 간 것보다 더 큰 피해는 관광예약 취소가 잇따른 것이다. 지난달 경주를 찾은 관광객 수는 57만여 명으로 지난해 9월보다 47%나 줄었다. 전국 학교에서 해마다 찾아오는 수학여행단의 발길도 거의 끊겼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진 이후 경주지역 주요 숙박시설의 안전을 진단한 결과 문제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국사 주변 숙박시설 예약이 대부분 취소될 만큼 경주는 지진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어제 최 시장은 “마라톤 참가자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경주 괜찮다’고 소문을 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은 개의치 않고 여행하면서 경주 지진에 지나치게 예민한 것은 한국인들의 과잉 심리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경주시는 대규모 행사를 적극 유치해 정상을 회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경주국제마라톤은 이 도시의 건재와 안전함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지진과 지역경제 침체로 시름에 빠진 경주가 이 대회를 계기로 재난의 아픔을 극복하고 천년고도의 명성과 활기를 되찾길 기대한다.
#경주#국민안전처#경주국제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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